[성경원 박사의 ‘성경(性敬) 시대’] 거북이는 토끼보다 행복할까
거북이가 토끼보다 더 행복할까? 세상에는 토끼들이 훨씬 더 많다. 한번 했다 하면 일어났다 앉았다 엎드렸다 빙그르 돌렸다 별짓을 다 해가면서 여자를 잠재우지 않는 남자, 칼을 막 휘두르는 무협지의 천하무적 장수들, 소설 속에서나 나옴직한 정력남들의 아내들은 좋기만 할까? 입맛대로 늦게 싸고 싶으면 늦게 싸고 빨리 싸고 싶으면 빨리 쌀 수 있는 남자는 전생에 무슨 장한 일을 했길래 그런 천복을 타고났을까?
물 많고 따끈한 질 속에 들어가 몇 번 들락거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와 버려 어처구니없는 남자들도 많지만 땀을 삘삘 흘려 가며 굴을 파고 또 파도 코피만 쏟고 무르팍만 홀랑 까지는 천하에 재수 없는 남자도 있다. 토끼 입장에서 보면 오래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부러워 죽을지 모르나 실제로 한 시간 이상 엎치락뒤치락 아무리 애를 써도 사정이 안 되는 거북이들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잠자리 사정도 아롱이다롱이다.
지루(inhibited ejaculation)는 대체로 발기는 그럭저럭 되지만 쾌감이 올 듯 올 듯하면서 감질나게 오지 않고, 오랜 시간 섹스를 해도 여성의 질 내에서 사정을 못 하거나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사정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사정불능(ejaculatory incompetence)이라고 하는데, 사정은 자율신경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의지만으로는 될 수가 없다.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볼 때마다 자고 싶어 하는 것은 살을 섞으며 느끼는 행복감도 있지만 할 때마다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카센터 물대포처럼 세차게 뿜는 사정의 쾌감은 성행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자 깔끔한 마무리다. 그런데 흥분이 고조되지도 않고 오르가슴도 못 느끼다가 기운 떨어져 그만두는 꼴이어서 개운하기는커녕 다음 날까지 온몸이 쑤시고 피곤하기만 하다.
아내 쪽에서는 오래 하니까 별 불만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도 긴 시간 동안 성관계를 갖는 것은 신체구조적으로 반색할 일만은 아니다. 여성의 외음부는 성관계를 시작한 뒤 20~30분이 넘어가면 분비물이 옹달샘처럼 철철 넘치게 나와주지 않기 때문에 건조해져 쓰라리기 시작한다. 다음 날 안 아픈 데가 없이 근육통으로 앓아눕기 쉽다. 시간을 끈다고 마냥 좋아할 여자도 없을 뿐더러 남자 역시 괴로우니까 성관계를 피하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사정이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여자의 손이나 입에 의한 자극에만 사정이 가능한 남자도 있고, 정상적인 성교로 여자를 만족시킨 후 여자 앞에서 자기 손으로 성기를 자극해 사정하는 남자도 있으며, 드물기는 하지만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사정을 해보지 못한 남자도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질 밖에서 서로 성기를 자극해 사정할 것 같은 느낌이 올 때 곧바로 삽입해 질 속에서 사정과 쾌감을 함께 느끼게 하는 방법인데 이렇게 자꾸 하다 보면 상당 부분 성공할 수 있다. 암탉이 설치면 알을 낳게 돼 있는 것처럼 여자가 잘만 하면 남자를 기쁘게 해드릴 수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남자들 중에는 스트레스, 불안, 심리적인 압박, 임신에 대한 두려움, 종교적으로 성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거나, 성관계 시간이 무조건 길어지면 여성이 좋아하리라는 섹스 강박증이 지루를 부르는 사람, 술을 마신 뒤 감각이 둔해져 비정상적으로 사정 시간을 길게 만드는 술고래도 있다. 자신의 성 능력이 탁월하다고 믿으며 사정을 제어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지루로 발전하기도 하고, 몇 시간을 했다며 우월감을 과시하는 남성 역시 알고 보면 지루인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떻게 하면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벌써 끝났느냐고 물어보는 아내도 얄밉지만 이제 그만 좀 하자는 아내도 야속하다. 제발 옆집 아저씨보다는 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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