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락(黃落)
―김종길(1926∼)
추분(秋分)이 지나자,
아침 저녁은 한결
서늘해지고,
내 뜰 한 귀퉁이
자그마한 연못에서는
연밤이 두어 개 고개 숙이고,
널따란 연잎들이
누렇게 말라
쪼그라든다.
내 뜰의 황락을
눈여겨 살피면서,
나는 문득 쓸쓸해진다.
나 자신이 바로
황락의 처지에
놓여 있질 않은가!
내 뜰엔 눈 내리고
얼음이 얼어도, 다시
봄은 오련만
내 머리에 얹힌 흰 눈은
녹지도 않고, 다시 맞을
봄도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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