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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女僧)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4. 8. 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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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女僧)

 

 

 

                              - 백석 -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리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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