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笑 (홀로 웃다) ☆
- 茶山 丁若鏞 -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 양식 많은 집은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達官必槍愚 달관필창우 /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다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도상릉지 / 지극한 도는 늘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婦慧郞必癡 부혜랑필치 /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다.
月滿頻値雲 월만빈치운 /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 화개풍오지 /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物物盡如此 물물진여차 /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獨笑無人知 독소무인지 / 나 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걸.
⇒ 조선 정조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 선생께서
1804년 유배지 강진에서 쓰셨다는 시조 '독소(獨笑)'입니다
200여 년 전의 사회풍자 내용이지만 지금의 세태를 보는 것 같습니다.
⇒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 유배를 가서 처음 머물렀던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의 작은 방에 '사의재'란 이름을 붙였다. '매반가'란 밥 파는 집을 가리키니 아마 술도 팔고 숙박도 했을 것이다. 그런 곳의 방 한 칸을 얻어 기거했다. 대역죄인이라 그마저도 감지덕지 했겠지만 궁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
강진에 유배 온 1801년 11월부터 매반가의 방에서 2년을 보내고 갑자년(1804) 새해가 시작되는 날, 그 방의 이름을 '사의재'라 짓고'四宜齋記'라는 기록을 남겼다.
사의(四宜)란 네 가지 마땅함을 가리키는데 생각은 마땅히 담백해야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하고, 말은 마땅히 과묵해야 하고, 동작은 마땅히 중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땅하다(宜)는 것은 의(義)라는 것이니, 의(義)로써 제어하는 것이다. 어느새 나이만 먹고 뜻한 일은 변변히 이룬 게 없는 것을 생각하며 슬퍼한다. 스스로 반성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 세상에 영원한 집은 없다 ☆
- 茶山 丁若鏞 -
열흘을 살다가 버리는 집이 누에고치고,
여섯 달을 살다가 버리는 집이 제비집이며,
한 해를 살다가 버리는 집이 까치집이다.
그 집을 지을 때에
누에는 창자에서 실을 뽑아내고
제비는 침을 뱉어 진흙을 반죽하며,
까치는 열심히 풀이나 지푸라기를 물어 나르느라
입이 헐고 꼬리가 빠져도 지칠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흔히 이 같은 그들의 지혜를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삶을 안타깝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붉은 정자와 푸른 누각도
잠깐 사이에 먼지가 끼어버리는 것이니,
우리 인간들의 집 짓는 일도
이런 하찮은 짐승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