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북인도 무갈사라이로 가는 밤 기차 안에서,
나는 앞에 앉은 한 늙은 사두에게 많은 것을 질문했다.
그의 이름과 고향과 나이, 지금까지 살아온 내력, 모든 것이 내게는 궁금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 질문에 대답만 할 뿐, 한 번도 나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당신은 나에 대해 알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은 심지어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조차 묻지 않는군요."
그러자 그 사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당신에 대해 알고 싶지 않소.
난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난 죽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만 하오.
지금까지 난 나 아닌 사람들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아 왔소.
당신도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오."
-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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