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좌지기(宥坐之器)
일찍이 공자는 주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에 간 일이 있었다.
환공의 사당 안에는 의식에 사용하는 의례용 기구인 의기(儀器)가 있었다.
그것은 자유로이 기울어질 수 있도록 그릇을 매달아놓은 기구였다.
공자가 사당을 지키는 이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을 하는 그릇입니까."
그러자 사당지기가 대답하였다.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 즉 유좌지기입니다."
그 말에 공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들은 적이 있거니와 유좌지기는 속이비면 기울어지고,
적당하게 물이 차면 바로 서 있고, 가득 차면 엎질러진다고 하지요."
천하의 성군(聖君)이었던 환공은 평소레 속이 비면 이리저리 기울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고 적당하게 물을 채워야만 중심을 잡고
잘 서 있는 유좌지기를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잡고
욕망을 간수해야 하는가의 교훈을 얻곤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 일 없는 중용(中庸)의 도(道)를 강조한
공자에게 있어 환공의 유좌지기야말로 자신의 사상을 대변하는
그릇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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