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평전
-내가 걷는 백두대간 100-
- 이성부 -
산에 들어가는 일이 반드시
그 산 정수리 밟고자 함은 아니라고
생각한 지 오래다
산꼭대기에 올라가거나 말거나
중턱 마당바위에 드러누워 잠들거나 몸 뒤채기거나
계곡에 웃통 벗어놓고 발 담그거나 햇볕 쐬이거나
아무튼 이런 일들이 모두 그 산을 가득히
내 마음속에 품고 돌아와
묵은 책을 펴들어 기쁨 만나듯이
새롭게 다시 만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넉넉한 덕유평전도 데불고 가서
내 쩔쩔매는 나날도 갈수록 너그러워지기를 바란다
서울 변두리
이미 고향이 돼버린 거리 좁은 골목 거쳐
내 집에도 내 어질러진 방에도
이 산속 고요함과 살랑거리는 외로움 풀어놓으면
한달쯤은 아마 나도
잘 먹고 잘 살아 부러울 것이 없을 터이다
산에 들어가는 사람이나 나와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나
저 혼자 걸어가는 일은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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