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덕에게 길을 묻다
ㅡ내가 걷는 백두대간8
이성부
이 길에서는 온통 그대 생각에
마음이 나를 떠나 낯선 곳으로만 달려가고
내 몸도 어지러워 안갯자락이라도 붙잡아야 한다
산허리 굽이굽이 돌아 끝없이 가다보면
마침내 나타나는 우리네 살림살이
마을에 깔린 저녁 연기
그러나 그대는 돌아와야 할 때 집을 떠나
죽음이 뻔히 내다보이는 길로 들어갔다
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주저앉고 싶지만
내 정신은 새처럼 온 산골짜기
넘나들며 푸르구나
열여섯 어린 나이에 산에 들었다면
사상보다는 그리움의 키가 커서
더 먼 데 하늘 바라보는
눈망울 착한 한 마리 짐승으로 쓸쓸할 뿐
그대 젊음 써리봉 기슭 철쭉이거나
드러난 나무뿌리로 뒤엉
지금 나를 자빠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무르팍 생채기 피를 흘리면
마음도 돌아와 나를 가득 채우느니
아 우리나라 지리산 서러운 하늘
내 태어난 숨결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