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이란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을까?
여기저기 문헌을 찾았다. 옛 문헌에는 모두 눈(雪)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한가위부터 내리기 시작해 쌓인 눈이 하지에 이르러 비로소 녹으므로 설악(雪嶽)이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증보문헌비고>는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쌓여 바위가 눈 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고 이름지었다’로 돼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엔 ‘(양양) 서북쪽 50리에 있는 진산(설악산)이며, 매우 가파르다. (음력) 8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여름이 되어야 녹는 까닭으로 이렇게 이름지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8월 지금은 눈이 다 녹아 있을 때다. 한계령에 첫 발을 디뎌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숨이 찬다. 워밍업이 없는 등산로다. 헉헉거리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 위로 올라선다. 사방 팔방으로 뻗은 여러 능선이 보인다. 지나갈 서북능선도 길게 펼쳐져 있다. 그 우람한 자태가 다른 산에서 보지 못한 모습이다. 역시 설악산이다.
설악산은 대청봉에서 귀청봉(1,578m)을 거쳐 안산(1,430m)을 잇는 서북릉, 권금성과 화채봉(1,320m)을 잇는 화채릉, 가리봉(1,519m)을 품은 서릉, 미시령에서 대청봉까지 뻗어 있는 북주릉 등이 설악산의 뼈대역할을 하며 연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천불동계곡, 백담계곡, 흑선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등 깊고 긴 계곡들을 빚어내고 있다.
주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인제쪽을 내설악, 동해쪽을 외설악, 그리고 오색과 양양쪽을 남설악으로 구분한다. 백두대간이 내외설악을 가르고 있는 것이다. 외설악은 설악동지구로, 남설악은 오색지구로 나타낸다. 내설악은 서북능선을 경계로 북쪽 백담사 있는 지역을 백담지구로, 남쪽을 장수대지구로 구분한다.
한계령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구분하는 경계능선인 셈이다. 백두대간은 또 한반도 기후를 구분하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백두대간의 서쪽은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영서지방이고, 동쪽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영동지방이다. 서쪽이 폭염에 휩싸여 있을 때 동쪽은 신선한 날씨를 보이는 경우는 구름이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거나, 한쪽에 비를 뿌리고 넘어가기 때문에 생긴다.
이제부터 본격 서북능선에 들어섰다. 마침 구름이 서북능선을 넘지 못하고 계곡에 잔뜩 모여 있다. 운치는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북쪽으로는 귀떼기청봉이 보인다. 귀떼기청봉은 서북주능선상에 위치한 봉우리다. 일화에 따르면,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중청봉․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 귀떼기청봉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한다. 귀떼기청봉 가는 길은 완전 너덜지대다.
서북능선상에 자생하는 희귀식물은 기생꽃(Trientalis europaea)이 있다. 멸종위기식물 Ⅱ급이다. 북방계 식물로서 남한에서는 발견된 장소가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에 지리산에서 처음으로 군락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기생들이 머리에 장식하는 화관과 닮았다’고 해서 기생꽃이라 불린다. 기생꽃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봐도 아마추어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야생화는 전부 비슷하고 한 번 보고 돌아서면 가물가물할 뿐이다.
등산로 주변에 나다니는 다람쥐가 사람을 겁을 내지 않는다. 손에 과자를 얹어놓자 손 위로 올라서기까지 한다. 옛날에 인기척만 있어도 숲속으로 몸을 숨기던 놈이 이제는 야생이 사라지고 ‘사람 친화적’이 된 듯하다.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모두 서식하는 설악산인 만큼 식생이 풍부하고 숲도 매우 우거져 있다. 숲속의 상큼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도시에서 맡던 냄새와는 수준과 차원이 다르다. 냄새와 향기의 차이다. 자연 코가 그 향기를 더 맡으려 깊게 숨을 들이킨다.
이어 끝청 갈림길이 나오고 중청대피소가 저만치 보인다. 중청대피소 가는 길옆은 식생보호구역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각종 야생화가 여름꽃을 피워 등산객을 유혹한다. 마침 야생화 동호회인 듯한 카메라를 맨 네댓 명이 야생화 꽃에 렌즈를 갖다대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청 주변엔 멸종위기야생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노란만병초와 산솜다리, 홍월귤은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으로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야생화다.
그 외에도 자주솜대, 가시오갈피나무, 기생꽃, 연잎꿩의다리, 복주머니란, 산작약, 백부자, 개병풍 등도 몸을 숨기고 서식하고 있다. 대청봉 정상에서는 멸종위기야생식물 Ⅰ급인 털복주머니란이 자생한다.
중청에서 대청봉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에 누워있는 소나무 비슷한 나무는 눈잣나무다. 소나무과의 북방계식물로서 설악산이 남방한계선이다.
잣나무와 달리 높이 1m 내외의 수고로 바닥을 기듯이 자란다. 바람이 심한 능선에서 연중 5~6개월 가량 눈이 있는 산정 일대에서 서식한다. 백두산, 낭림산, 묘향산, 금강산 등에 분포하며,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중청~대청봉 일원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중청에서 대청봉 올라갈 때 길 옆에 누워서 그 찬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나무가 바로 눈잣나무인 것이다. 산림청의 산림생태축 복원과 마찬가지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한창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식물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야생동물도 설악산에 많이 살고 있다. Ⅰ급인 산양과 수달, 구렁이 등이 있고, Ⅱ급인 하늘다람쥐, 쇠족제비, 담비, 삵과 돌상어, 가는돌고기, 열목어, 한둑중개, 그리고 까막딱따구리 등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대청에서 희운각으로 뻗은 백두대간은 위험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중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코스로 우회해야 한다. 비개방 구간을 피해서 간다.
대청봉은 조선시대에는 본래 그냥 청봉(靑峰)이라 불렸던 봉우리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성해응(成海應)이 편찬한 <동국명산기>에 따르면, ‘그 봉우리가 높아서, 높고 푸른 하늘을 만질 듯하고, 멀리서 보면 단지 아득하고 푸르기만 하므로 그 최고 정상을 가리켜 청봉이라 이름하였다’고 적고 있다. 또 봉우리의 모습을 ‘둥글둥글하면서 가파르지 않고, 높으면서도 깎아지른 듯 험준하지 않고, 우뚝 솟아 서 있는 것이 마치 큰 거인 같다’고 기록했다.
설악산은 정상 대청봉과 함께 중청․소청․끝청봉, 그리고 귀때기청봉과 더불어 모두 대청봉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해서 청봉이란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구름들이 공룡능선을 넘지 못하고, 외설악에서 내설악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잔뜩 머물러 있다.
설악산의 법정 개방 등산로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공룡능선으로 들어섰다. 공룡능선은 그 전체 바위 모양이 마치 공룡이 누워 있는 모습같이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세세한 모습을 뜯어보기 위해서 공룡 안으로 들어간다.
공룡능선 중의 최고봉 범봉에 이르렀다. 범봉은 ‘범선의 돛대처럼 우뚝 섰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천화대 20여개의 봉우리 중에서도 가장 높다고 안내문에 소개하고 있다.
구름을 막고 있는 능선과 능선을 넘어 내설악으로 들어가려는 구름이 계속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조금 낮은 능선으로 구름이 달려들어 빠져나가고 있다. 한쪽은 어느 정도 보이지만 외설악은 짙은 운무로 도대체 풍광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등산로 주변의 기묘한 바위들은 각양각색의 자세로 앉아 있다. 돌고래, 코끼리, 불상 모습 등 유심히 보면 다양한 이름을 가질 바위들이 무수히 널려 있다.
철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공룡능선을 무사히 지나면 마등령 기점에 도착한다. ‘우리들의 후손들에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물려주고 동물들의 서식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통제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백두대간은 여기서 끝이다. 비선대와 오세암을 거쳐 봉정암으로 가는 코스로 나눠진다.
공단에서는 비법정 탐방로로 등산을 하거나 야영을 하면 과태료를 10만원 부과한다. 산림청과 공단에서는 현재 백두대간 탐방예약제를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제구간을 계속 다니는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게 합법적인 통로를 열어주기 위한 방법이다.
출처: 박정원 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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