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만나면 잠시 내렸다 가세요” 쉬엄쉬엄 속이 꽉찬 ‘남도 한바퀴’

“명소 만나면 잠시 내렸다 가세요” 쉬엄쉬엄 속이 꽉찬 ‘남도 한바퀴’

 

 

 

▲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한 남도해양관광열차가 남평역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기관차는 푸른 바탕 위에 거북의 모습을, 객차에는 날갯짓하는 분홍빛 학을 그려넣었다. ▲ 광주송정역과 광주역에서 가까운 소쇄원. 대표적인 한국 전통정원이다. ▲ 남도해양관광열차의 다례실. 온돌방식의 바닥에 앉아 우리 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 바다를 바라보는 절벽에 들어서 있어 일출 명소로 꼽히는 여수 향일암. ▲ 진주성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은은한 야간 경관조명이 켜진 진주성과 촉석루 모습. ▲ 고층건물들이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부산 해운대의 밤 풍경. 남해 일대의 여행 명소들을 한 번에 굴비 꿰듯 이어 달리는 관광열차 ‘남도해양관광열차(S트레인)’가 오는 27일 첫 운행을 시작한다. 강원 내륙과 경북 산간지역을 달리는 관광열차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성공에 힘입어 코레일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을 이어붙여 새로 만들어 낸 관광열차다. 남도해양관광열차는 두 대가 편성돼 매일 오전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서로 마주 보며 각각 출발한다. 서쪽 광주송정역을 출발한 열차는 동쪽을 향해 보성∼득량∼별교∼순천∼하동∼북천∼진주를 거쳐 마산까지, 동쪽 부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마산∼진주∼북천∼하동∼순천을 거쳐 여수엑스포역까지 달린다. 순천, 하동, 북천, 진주 마산구간에서 두 열차는 교행한다. 열차가 정차하는 역의 면면은 화려하다. 차밭으로 이름난 전남 보성, 낙조가 아름다운 순천만의 순천, 남강변의 촉석루를 품고 있는 진주에 이르기까지 열차가 서는 곳은 죄다 내로라하는 유명 관광지를 끼고 있는 곳들이다. 어느 곳 하나 버릴 곳이 없는, 나라 안의 대표적인 여행명소다. 남도해양관광열차의 운행은 단순한 열차 편성의 차원을 넘어선다. 일단 새로 만든 열차부터가 눈길을 붙잡는다. 거북이를 형상화한 기관차와 학의 무늬를 수놓은 객차의 외관부터 독특하다. 실내공간은 더 진화했다. 객차 한 칸을 움직이는 카페로 개조했고, 온돌형태의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다례실 객실도 있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이벤트실도 색다르다. 객실의 한쪽에 자전거를 거치해 둘 수 있는 시설과 사물함도 설치해뒀다. 한마디로 ‘여행에 최적화된’ 열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남도해양관광열차는 빠른 이동의 목적으로 타는 열차가 아니다.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212.1㎞를 주파하는데 무려 5시간 30분이 걸리고, 부산역을 출발한 열차도 250.7㎞를 달리는데 3시간 58분이나 소요된다. 고속주행이 불가능한 구불구불한 경전선 철로 위에서 일반 열차는 안달하며 속도를 내지만, 남도해양관광열차는 오히려 더 속도를 늦춘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물결치는 들판 위에서는 시속 50㎞ 남짓으로 달린다. 빠른 속도를 포기하는 대가로 얻는 것은 느긋한 여유다. 남도해양관광열차는 타는 방법이 따로 있다. 열차는 출발역도, 종착역도 있지만, 그 구간을 단숨에 이동한다는 건 아니 될 말이다. 이름난 여행명소에서 자주 내리는 것이 이 열차를 가장 잘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주 기차에서 내릴수록 여행은 더 충실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성역에서 내려 차밭 구경을 다 한 뒤에 기차에 다시 오르고, 순천에서 내려 정원박람회와 순천만을 둘러본 뒤에 다시 기차를 타는 식으로 이동하는 게 정답이다. 기차에서 내린 뒤의 교통편도 걱정할 게 없다. 주요 역에서는 열차시간에 맞춰 시티투어 버스가 운행하고 있고, 차량을 10분당 1000원에 대여해주는 카셰어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열차 이용 패스 1일권이 4만8000원. 좀 비싼 듯하지만 익산부터 목포까지의 호남선과 동대구에서 부산까지의 경부선, 그리고 경전선, 전라선, 진해선, 동해남부선을 무제한 탑승할 수 있으니 따져보면 저렴한 편이다. 역마다 내려서 관광을 하겠다면 1일권 대신 최소 2일권 이상을 구입하는 게 좋다. 2일권은 6만3800원이고, 3일권은 7만9600원이다. 3일권 이상의 패스를 구입한다면 남도의 이름난 관광지들은 한 번의 여행만으로 두루 섭렵할 수 있다. 남도로 떠나는 여행은 이제 관광열차가 답이다. 교통수단이 ‘여행의 방식’을 바꾸는 혁명의 중심에 코레일의 남도해양관광열차가 있다. 광주 송정역 1913년 10월 1일 송정리∼나주 간 개통과 동시에 영업을 개시한 광주송정역은 오는 10월 1일로 꼭 100주년을 맞는 호남선의 중심역이다. 본래 송정리역이었다가 2009년 4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 달았다. 남도여행의 필수 코스라면 소쇄원을 빼놓을 수 없다. 소쇄원은 전남 담양 땅이지만, 가장 가까운 역은 광주역이다. 광주역에서 소쇄원까지는 차로 30분 남짓. 광주송정역에서는 50분 남짓이 걸린다. 소쇄원을 오가는 길에 가을볕으로 물드는 광주호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의 운치도 그만이다. 소쇄원은 양산보가 스승 조광조의 죽음을 목격한 뒤 열일곱의 나이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자연으로 물러나 세운 별서 정원. 자연과 건축물의 경계 없는 풍광이 어우러지면서,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가 대숲의 바람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로 드러난다. 소쇄원과 함께 광주호 상류 창계천의 언덕 위의 정자 환벽당도 둘러볼 만하다. 환벽당은 조선시대 때 나주목사 김윤제가 지은 정자인데 소박하고 고즈넉한 멋으로 그득한 곳이다. 지난 3월 스물한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을 찾아가도 좋겠다. 가을볕에 억새가 반짝반짝 물결치는 능선도, 거대한 수직 절리가 우람하게 서 있는 서석대의 풍광도 압권이다. 무등산을 끼고 있는 사찰, 증심사도 가을 정취가 빼어나다. 전남 최대의 상설시장인 양동시장과 송정 떡갈비골목 등도 추천할 만하다. 10분 단위로 차량을 대여해주는 코레일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빌려 반경을 좀 넓힌다면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와 화순의 운주사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따로 차량을 빌리지 않아도 매주 토·일요일에 운행하는 광주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광주 일대의 명소를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시티투어는 역사문화탐방코스와 박물관코스 등 두 개 노선을 운행하는데 오전 9시 30분쯤 출발해 오후 6시에 마무리된다. 광주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해 광주역을 거쳐 5·18민주 묘지, 소쇄원, 광주호 호수 생태공원, 충장사, 5·18사적지,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역 등을 차례로 돌아보는 역사문화탐방코스가 추천할 만하다. 하루쯤 묵어가겠다면 코레일 지역본부가 추천하는 숙소인 신양파크호텔(062-228-8000), 히딩크호텔(062-528-0071), 스카이모텔(062-525-8854) 등이 편리하다. 보성·득량·벌교역 남도해양관광열차가 가장 자주 서는 곳은 전남 보성이다. 보성 땅에서만 보성역, 득량역, 벌교역 등 3곳의 역에 열차가 선다. 열차가 촘촘히 선다는 건 그만큼 빼어난 관광지가 많다는 뜻. 이들 세 곳의 역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명소를 품고 있다. 먼저 보성역. 보성의 아이콘이라면 차밭이다. 보성의 차밭을 대표하는 곳이 170만 평 규모의 대한다원이다. 가장 규모가 크고 경관이 아름다운 차밭이다. 기온의 일교차가 큰 이즈음에는 이른 아침 안개까지 더해져 달력사진과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보성에서 율포로 향하는 고갯길 정상쯤에 있는 봇재다원은 산자락의 능선 풍경과 저수지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맛을 풍기는 곳. 봇재를 넘어서 닿는 율포 관광단지에는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를 넣은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 있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쉬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지난 4월 개장한 보성읍의 녹차골 보성향토시장도 빠뜨리지 말자. 현대식 건물에 아케이드 지붕을 갖춘 현대식 시장인데, 질 좋은 특산품이나 지역 먹거리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맛볼 수 있다. 득량역은 역 자체가 볼거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디자인프로젝트 간이역 전통문화 공간으로 꾸며진 득량역은 여전히 영업 중인 역앞의 ‘역전이발소’를 비롯해 70년대 문구점, 다방, 득량국민학교 등을 재현한 골목이 명물이다. 가게마다 오래된 소품과 상품 등을 진열해놓고 있어 옛 시골역의 정취를 되새길 수 있는 명소다. 역 구내에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도열해있어 벚꽃이 피어나는 봄이면 역은 꽃잎이 눈처럼 날린다. 득량에서는 전통체험마을인 강골마을을 추천한다. 자연스럽게 들어선 전통 한옥들로 옛맛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마을의 짙은 숲 속에 들어선 정자 열화정의 빼어난 운치도 좋고, 전통엿의 맛도 훌륭하다. 득량역에 이어 열차는 벌교역에 닿는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태백산맥 문학관을 비롯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보성여관 등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벌교시장에는 꼬막요리를 한상 가득 차려내는 ‘꼬막정식’ 식당들이 즐비한데, 벌교까지 가서 제철을 앞둔 꼬막의 쫄깃한 맛을 놓칠 수 없는 일이다. 보성읍의 골망태펜션(061-852-1866), 벌교의 휴펜션(010-3622-0496) 등이 코레일이 추천하는 숙소다. 순천역 전남 순천은 ‘남도 여행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천 여행의 중심에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 있다. 가을이면 드넓은 갈대밭과 갯벌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운치도 그만이지만, 용산전망대에 올라서 보는 순천만의 낙조풍경은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아름답다. 와온해변의 장엄한 낙조풍경도 못지않다. 구름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이며 와온의 갯벌 위로 해가 넘어갈 때의 풍경은 진득진득하게 발목을 붙잡는다. 자연생태공원 인근에는 1970년대 서울의 달동네 판자촌과 탄광촌을 재현해낸 ‘순천 드라마세트장’도 명소로 꼽힌다. 구릉을 따라 어찌나 정교하게 달동네를 재현해놓았던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40년 전쯤으로 돌아간 듯하다. 조선시대 성과 동헌, 객사, 초사 등이 그대로 보전된 낙안읍성민속마을도 멀지 않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래 묵은 초가를 지나서 읍성의 성곽을 딛고 걷다 보면 소박한 옛 마을의 정겹고 푸근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순천에는 조계산의 이쪽 저쪽에 내로라하는 이름난 사찰인 선암사와 송광사가 있다. 사찰 전체에서 묵은 맛이 느껴지는 선암사는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절집. 절집으로 오르는 길에서 마주치는 야생차밭에서는 이제 막 피고 있는 순백의 차꽃을 볼 수 있다. 조계산 너머 쪽의 송광사는 ‘승보사찰’답게 화려하면서도 거대한 위용이 돋보인다.   폐막을 한 달여 앞둔 순천 정원박람회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박람회장 중심의 호수정원을 끼고 잔디밭을 산책하거나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한국정원을 비롯한 각국의 정원들을 둘러보는 맛이 각별하다. 정원 곳곳에 국화와 구절초 등을 대단위로 심어놓아 가을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 정원박람회장은 특히 어둠이 내릴 무렵에 색색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저녁 시간이 가장 낭만적이니 시간을 겨눠 찾아가볼 만하다. 순천은 낙안읍성이나 선암사, 송광사, 와온해변 등의 관광명소를 잇는 대중교통이 특히 발달돼있어 역에서 따로 차를 빌리지 않더라도 노선버스 편으로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순천에는 에코그라드호텔(061-811-0000), 순천만에 에코촌유스호스텔(061-729-6000), 베네치아호텔(061-729-6000), 투엔포모텔(061-724-2434) 등 코레일이 추천하는 수준급의 숙소들이 많다. 여수 엑스포역 지난해 국제해양엑스포 메인광장이 건설되면서 여수역이 준설토투기장 매립지였던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고, 이름도 ‘여수엑스포역’으로 바꿔 달았다. 역은 여수엑스포 개최지 한복판에 있어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전망대 등을 걸어서 다 둘러볼 수 있다. 섬 전체가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로 그득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오동도도 지척에 있다. 여행지로서의 여수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의 하나가 음식이다. 펄펄 뛰는 싱싱한 생선 등 수산물이 좌판에 끝없이 펼쳐지는 교동시장이 역에서 멀지 않다. 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들이 어찌나 싼지 눈이 다 휘둥그레질 정도다. 만 원을 내면 광주리에 담긴 작은 조기 30∼40마리나 싱싱한 열기 여나믄 마리, 혹은 제법 굵은 갈치 대여섯 마리를 손질해 내준다. 열 명이 먹어도 남을 듯한 어른 한쪽 팔의 길이보다 큰 ‘대물’ 삼치도 여수의 시장에서라면 2만 원 안쪽에 살 수 있다. 교동시장이나 서시장 안쪽의 횟집에서는 막걸리식초로 새큼하게 무쳐낸 서대회무침을 내놓는다. 남도여행을 하면서 알싸한 갓김치나 짭조름한 돌게장을 맛보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니 먹을거리 때문이라도 여수에서 하루쯤 묵어가길 권한다.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단연 향일암. 여수엑스포역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남쪽 끝의 해안 절벽에 늘어선 향일암은 3대 관음성지 중의 하나이자 일출의 명소다. 사찰 입구에서 450m 남짓 절묘하게 바위사이로 난 계단 숲길을 오르면 가슴이 툭 터지듯 절벽 사이의 터에 대웅보전이 나타난다. 향일암은 관음전이 두 곳이다. 대웅전 옆 바위굴 틈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상관음전이 있고, 대웅전 아래쪽으로는 하관음전이 있다. 두 곳 모두 돌을 깎아 만든 수많은 거북이상 너머로 넉넉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향일암 입구 임포마을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갓김치와 말린 홍합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역에서 향일암까지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빌려 해안길 드라이브의 정취를 맛보길 권한다. 역에서 111번 버스를 타면 향일암 입구인 임포마을까지 가긴 하지만, 버스가 하루 2대만 운행하는데다 두문포, 방죽포 등을 경유해 소요시간이 길다. 히든베이(061-680-3000)와 와이오션관광호텔(061-666-36000) 등이 코레일 추천 숙소다. 하동역 섬진강의 물줄기를 경계로 북쪽은 경남 하동이고, 남쪽은 전남 광양이다. 하동역에서 섬진강까지의 거리는 2㎞ 남짓. 그러니 하동역을 ‘영호남의 갈림역’이라고 부른다. 하동은 벼가 익어가는 너른 들판을 품고 있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 섬진강을 끼고 있는 악양의 너른 평야는 이맘때쯤이면 잘 익은 벼들이 물결친다. 하동은 동학혁명에서 근대사까지 한민족의 서사시로 일컬어지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도 하다. 악양의 평사리에는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중심인물인 최참판의 집이 세워져있다. 최참판댁의 한옥은 소설 속의 집을 일부러 지은 것이지만, 너른 들판을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이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만석지기의 고택마냥 현실적이다. 정갈하게 쓸어낸 마루와 툇마루에 고추와 호박을 말리는 풍경을 둘러보면 금방이라도 솟을대문을 열고 소설 속 주인공들이 등장할 것만 같다. 최참판댁 뒤쪽의 산 정상쯤에는 신라 때 지었다는 고소성이 있는데 여기 오르면 섬진강의 물길과 너른 악양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성까지 오르기가 힘겹다면 악양들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놓인 작은 절집인 한산사까지 올라도 좋다. 한산사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져 쉽게 오를 수 있다. 하동의 섬진강변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하동송림이 있다. 조선 영조 때 강변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인데, 강변을 끼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늘어선 풍경이 빼어나다. 송림 숲에 조성된 공원에서는 해마다 가을이면 하동의 대봉감 축제가 개최된다. 어른 주먹만한 하동의 대봉감은 단단한 껍질과 부드럽고 달큼한 속살로 일찌감치 명물로 이름이 났다. 섬진강에서 나는 재첩 또한 하동의 명물 중의 명물이다. 화개마을의 장터도 이름난 관광지이고, 화개에서 벚꽃터널이 이어지는 길 끝의 쌍계사도 명소로 이름 높다. 해발 850m의 지리산 자락에 환인, 환웅, 단군 등을 모시고 있는 삼성궁도 독특한 느낌의 명소다. 하동역에서 최참판댁이나 화개장터까지 노선버스가 운행하는데, 버스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거리에 비해 소요시간이 길어 카셰어링 서비스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민박집 지리산들꽃마을(010-3553-6293)은 하동에서 코레일이 유일하게 추천하는 숙소다. 진주역 진주의 명소는 단연 남강변의 진주성이다. 본디 토성이던 것을 고려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돌로 쌓은 진주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격전지였다. 김시민 장군이 이끄는 3800여 명의 군사와 주민들이 이곳에서 왜군 2만여 명을 물리쳤던 승전지이기도 하지만, 이듬해 10만 왜군에 의해 함락되는 비운을 맞았던 곳이다. 진주성은 또 촉석루와 의암, 그리고 의기사에 얽힌 논개 이야기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밀양의 영남루, 평양의 북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꼽히는 촉석루는 예부터 영남 제일의 명승으로 일컬어져 온 곳. 촉석루 뒤편에는 논개가 왜장과 함께 남강에 몸을 던졌다는 바위인 의암과 논개의 영정을 모셔놓은 의기사가 있다. 성곽에 은은한 간접조명을 설치한 진주성은 특히 야경의 운치가 빼어나다. 해마다 10월 초에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 때 남강에 띄우는 각양각색 유등의 화려함은 가히 압권이다. 강강술래를 하는 여자의 모습과 칼을 들고 호령하는 장수, 호랑이와 가야금을 뜯는 처자, 그리고 갖가지 동물들의 해학적인 모습들…. 동화책, 역사책, 설화 속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를 갖가지 형상으로 꾸며 놓은 600여 개에 달하는 유등은 저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 유등축제는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진주에는 또 서부 경남에서 유일한 인공호수인 진양호가 있다. 진양호는 시원한 전망과 더불어 새벽 물안개와 저물녘 낙조로 유명한 곳. 진양호반을 끼고 1049번 지방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드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진 내촌마을을 만난다. 내촌마을에서는 만개한 코스모스 꽃밭 뒤로 호반의 대숲과 맑은 물빛의 호수가 펼쳐지는 풍경을 자주 만나게 된다. 잘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고즈넉한 숲을 가진 경상남도 수목원도 따로 시간을 내서 들러볼 만하고, 물새와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화석지형 위에 전시관을 건립한 경상남도 과학교육원도 추천할 만하다. 150여 년이 넘는 내력의 진주 중앙시장의 활기찬 모습도 빼놓으면 아쉽다. 진주역 부근의 삼성아파트 앞 버스 정류장에서 진주성, 진양호 등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코레일은 진주에서 해비치모텔(055-743-8222), 동방관광호텔(055-743-0131) 등의 숙소를 추천한다. 부산역 도시의 규모도 규모지만, 곳곳에 내로라하는 명소가 즐비한 부산은 하루 이틀만의 여행으로 다 볼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다. 바쁜 일정에 꼭 찾아갈 곳만 꼽아본다면 해운대와 광안리, 국제시장과 태종대,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등을 들 수 있겠다. 해운대와 광안리에서는 백사장의 풍경과 함께 세련된 카페며 맛집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밤이면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의 마천루와 광안대교의 야경이 어우러지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빚어낸다. 영도해안의 남쪽 끝 태종대를 찾아 기암절경으로 이뤄진 해안절경을 감상하는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광안대교와 해운대가 한눈에 보이는 이기대의 해안 산책로도 태종대 못지않고, 국제시장에서 보수동 책방 골목을 들렀다가 다양한 맛집을 순례하거나 자갈치시장에서 싱싱한 회를 맛보는 것도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바다를 바짝 끼고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해동용궁사를 거쳐 기장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한다. 부산을 찾는다면 되도록 10월에 맞춰 찾아가는 게 낫겠다. 10월 한 달 동안 부산의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펼쳐진다. 3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하고 10일부터 13일까지 부산자갈치축제가 열린다. 11일부터는 송도해수욕장에서 부산바다미술제가 개막하고, 25일에는 부산불꽃축제가 열린다. 그야말로 ‘축제로 해가 뜨고 지는’ 셈이다. 부산 관광은 렌터카보다 시티투어 버스로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시티투어는 순환형코스와 테마형코스로 나뉘어 운행하는데, 해운대와 태종대 일대를 도는 순환형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테마형 코스 중에서는 야경코스와 을숙도 자연생태코스를 추천한다. 해운대의 스토리게스트하우스(051-744-9500)와 아르피나유스호스텔(051-731-9800), 영도의 비치모텔(051-405-0171) 등이 코레일이 추천하는 부산의 숙소다. 광주·순천·여수·하동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