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53) 대장이 지난 16일 무릎관절 질환으로 줄기세포 치료 등을 받은 환자 등 12명과 함께 서울 청계산 옥녀봉(375m)까지 오르며 그 방법을 알려줬다.
엄 대장은 1998년 안나푸르나 정상을 500m 남겨두고 오른쪽 발목과 무릎을 크게 다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는 더 이상 등산을 못 한다고 말했지만, 엄 대장은 1년 만에 안나푸르나 정상에 섰다. 퇴원하자마자 목발을 짚고 집 부근 도봉산을 오르내린 덕분이었다. 엄홍길 대장은 "무릎이 아파도 산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다만 무릎 상태에 맞춰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하고, 스틱으로 하중을 줄이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엄홍길 대장(맨 오른쪽)이 무릎 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청계산 등산을 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코스는 동네 야산부터=거리와 난이도(경사)를 단계적으로 조절한다. 처음엔 걷기 쉬운 동네 야산부터 시작한다.
엄 대장은 "동네 야산도 처음부터 무리해서 다 오르려고 하지 말라"며 "무릎 근육과 인대의 상태를 봐가면서 거리와 난이도를 차츰 높여가라"고 말했다. 돌이나 모래가 많은 길 대신 처음엔 흙길 코스부터 걷는다. 산을 넘어 갈 때는 등반 시 급경사를, 하산 시 완경사를 택한다.
▷등산 스틱 두 개 필수=동네 야산에 갈 때도 등산 스틱은 꼭 챙긴다. 엄홍길 대장은 "스틱 하나가 체중을 30%씩 분산해 무릎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스틱은 길이 조절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산을 오를 때 스틱 길이는 잡고 섰을 때 손이 팔꿈치보다 약간 아래로 처지게 한다. 하산 시에는 스틱 길이를 좀 더 늘려 손이 들린 듯 한다. 등산화도 꼭 신는다. 하산할 때는 다리 근육이 풀려서 걸음걸이가 흐트러지기 쉬운데, 등산화는 발목 관절을 잡아준다.
▷11자로 걸어야=산에 오르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무릎 관절을 푼다. 첫 30분은 천천히 걸어서 몸이 산행에 적응할 시간을 준다. 11자 걸음은 무릎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산에 올라갈 때 정면을 보고, 상체는 약간 숙이며, 무릎을 조금 구부린다. 보폭은 평지를 걸을 때보다 줄여서 천천히 오른다. 하산 시엔 5~ 10m 앞을 주시하고, 무게 중심이 약간 뒤로 가게 걷는다. 보폭은 오를 때보다 더 줄여야 한다.
◇무릎 통증·부기 없으면 등산 가능
1년 2개월 만에 등산을 재개한 이상여(52)씨는 "매주 두 번 등산을 했는데, 무릎을 다친 후 부담을 줄까봐 집에만 있었다"며 "요령껏 산에 오르니 무릎도 안 아프고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작년 3월 스쿼시를 하다가 오른쪽 무릎 연골 파열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뒤 집에만 있어서 체중이 7㎏나 늘었다고 한다.
이날 산행에 동행한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무릎 관절 질환을 앓아도 무릎에 통증이 없고 붓지 않으면 등산을 해도 된다"며 "등산이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고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용곤 병원장은 "등산 후 통증이 생기면 다리를 올리고 냉찜질을 하라"며 "2주간 통증이 지속되면 무릎에 손상이 더 심해진 것이니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