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있었던 술… 막걸리와 탁주, 동동주 뭐가 다르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최고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성경에는 태초에 무엇이 가장 먼저 생겼는지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즉 천지가 창조된 후에 바로 만들어진 것, 바로 빛이다. 이 빛은 뜬금없긴 하지만 한때 화제가 되었던 마야의 2012년 지구 멸망에 관한 내용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그곳에서도 태초에 빛이 있었다고 한다. 즉 빛은 모든 것은 시작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태초의 술은 과연 무엇일까? 술의 모태가 됨과 동시에 가장 원초적인 술, 우리의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막걸리이다. 오늘은 태초에 있었던 술, 막걸리와 탁주 그리고 동동주로 떠나는 막걸리 여행이다.
와인도, 맥주도, 소주도, 위스키도 세상의 모든 술은 탁한 술, 즉 탁주로 시작한다.
타 주류 전문가가 보면 납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세상의 모든 술은 탁한 술, 즉 탁주로 시작한다.와인도 맥주도 소주도 맑게 거르지 않는 이상 탁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그대로 마신다면 바로 지금의 막걸리와 같은 영양분 그대로를 가진 원초적인 술이 된다. 와인 역시 살균을 하지 않는다면, 탁한 색을 가진 생 와인이 된다. 다만 이렇게 있는 그대로 마시고 만들고 살균하지 않는 곡주를 마시는 문화와 산업을 발전시킨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탁주와 막걸리의 차이
탁주라는 한자, 흐릴탁(濁)에 술주(酒)만 본다면, 세상에 모든 탁한 술은 탁주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일본에서도 탁주라는 한자를 쓰는 니고리슈(濁酒)를 보면 탁주라는 말을 꼭 우리나라만 쓰고 있지 않다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즉 한자만 놓고 보면 좀 더 포괄적인 뜻을 가진 술이 되며, 막걸리는 이러한 탁주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순수한 한글로 ‘이제 막 거른 신선한 음료’라는 어원의 대한민국 고유의 탁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동동주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동동주는 막걸리 위에 쌀알이 떠 있는 모습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 이 말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기본적으로 쌀알이 뜨기 위해서는 술 발효(당분에서 알코올로 변화하는 과정)가 아직 끝나지 말아야 한다. 1차적인 알코올 발효가 어느 정도 끝나면 쌀알은 모두 가라앉기 때문이다. 즉 쌀알로 술을 빚는 것은 맞지만, 술 발효가 끝나지 않은 미숙성주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문헌에는 마치 개미가 떠 있는 모습이라 ‘부의주(浮蟻酒)’라는 표현을 했으며, 이 부의주는 알코올 발효를 1번만 진행하는 단양주(單釀酒)라고 알려져 있다. 동시에 막걸리와 같이 거칠게 걸렀다기보단 보다 청주에 가까운 맑은 모습이 보다 문헌에 가까운 동동주의 모습이다.
주세법상은 막걸리, 동동주란 말은 없이 탁주로 통일
앞에서 탁주란 보다 포괄적인 탁한 술을 뜻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법률로 본다면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탁주란 주세법상의 항목을 가지고 있다. ‘니고리슈’ 및 ‘도부로크’라는 탁주를 마시는 일본은 여과도에 따라 청주, 및 잡주로 분류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살아있는 생주의 경우, 일본에서는 거의 죽어있던 시장이 한국의 생 막걸리 문화가 들어감으로써 다시 부활 했다. 덕분에 한국에서 생 사케란 새로운 주류가 이자까야(일본식 선술집)에서 판매되고 있다.
막걸리의 가능성을 본 것은 바로 우리 국민, 하지만 가치에 대한 인식은 부족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막걸리 및 탁주라는 산업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최근에 세계적인 주류 트랜드를 보면 결국은 웰빙에 저도주인데, 이러한 특성이 있는 막걸리 문화를 끌고 온 것을 볼 때 어쩌면 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발효주인 막걸리에 대한 가능성을 미리 본 듯 하다. 김치나 된장처럼 가까워 친숙하기에 아직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할지언정 말이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mw@juro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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