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면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봄눈 질척이는 등산로 따라
이제 막 눈뜬 시냇물 소리에
가슴 헹구고
남쪽 바다 거스른 바람으론
얼굴 단장하겠습니다
옅은 새소리에 가슴 헤치면
겨울 나뭇가지 물오르는 소리.
산골 어디쯤 숨어 있는 암자 찾아
넙죽 절하고
두 손 모아 마음 접으면
선인(仙人) 사는 곳 따로 있을까
석양 등진 길손의 헤진 마음
어느 바람인들 못 헹굴까
칼바람에 웅크린 꽃잎
숨기던 화냥기 못 참아
입술 내밀어 보내는 교태에
가쁜 숨 몰아 쉬는
하늘 걸린 산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이길원·시인,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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