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자존심 상한 한국 맥주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혹평하자 국내 맥주회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한국 맥주의 맛은 형편없다.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못하다. 원료의 맥아(麥芽·싹 틔운 보리·엿기름) 함량이 부족해서 그렇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복점(複占) 체제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복점이 된 것은 당국의 과도한 진입규제 때문’이라는 요지로 서울발 기사를 실었다.
▷국내 맥주회사들은 “대부분의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은 70% 이상이며 하이트진로의 맥스, 오비맥주의 OB골든라거 등 맥아 100%인 것도 있다. 쌀이나 옥수수가 맥아보다 싸지 않으며 이를 섞어 쓰는 것은 순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라고 항변했다. 고난도의 제조기술을 요구하는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호가든은 실제로는 오비맥주의 국내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호가든은 원산지인 벨기에를 제외하면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생산될 정도로 우리 맥주 제조기술은 뛰어난 편이며 국제 품평회에서 성적도 좋다. 두 회사는 “수입과 국산 맥주의 맛 차이는 소비자 선호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코노미스트에 반론을 담은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맥주는 크게 라거, 에일, 비터 등 3종류로 나뉜다. 국내 시장에서는 저온 발효한 라거가 중심이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다. 유럽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쓴맛이 강한 상온 발효 에일의 소비량이 많다. 비터는 보리 싹을 검게 볶아 담근 흑맥주다. 국내 업체들도 에일, 비터 등 다양한 맥주를 내놓고 있지만 비(非)라거계 맥주의 소비는 미미하다. 한국 맥주는 수출도 많이 한다. 덥고 습한 일본 및 동남아, 교민이 많은 미국 등이 주요 수입국이다.
▷맥주 회사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국산 맥주에 불만이 있는 주당(酒黨)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시설용량 277만 L 이상의 업체에만 맥주생산 면허를 주는 규제로 인해 복점 체제가 됐다는 것도 옳은 지적이다. 작년에 이 기준이 10만 L로 낮춰져 현재 다양한 국산 맥주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장점유율은 낮다.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지만 어쨌거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산 맥주의 맛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대해본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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