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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재사람 2012. 11. 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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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과 비슷한 철쭉, 착각해 먹었다간

허시명의 ‘힐링으로 풀어보는 약술 기행’  충청남도 술
고려 개국공신 병 낫게 했다는 ‘두견주’ 기관지염·천식에 좋아

 

 

꽃과 잎·열매·뿌리를 넣어 빚는 술은 향과 맛에 따라 먹는 법이 달라진다. 한자리에서 많은 술을 마실 땐 맛이 옅어야 하고, 조금씩 마실 땐 맛이 진해도 좋다. 충청남도에서 빚어지는 약주는 대체로 진한 술 맛이 난다. 집에서 빚은 술이고, 술 한 잔에도 건강을 위해 약효를 높이려다 보니 술의 맛이 진해진 것이다. 한자리에서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라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면천 두견주, 지방문화재인 청양 구기주, 금산 인삼주, 아산 연엽주, 계룡 백일주, 한산 소곡주가 대표적인 충청남도의 술이다.

 충청남도의 술을 살펴보면 식물 약재인 꽃과 잎·열매·뿌리를 이용한 다양한 약술이 눈에 띈다. 이 중 꽃을 넣어 빚은 술로 면천 두견주가 있다. 진달래의 다른 이름인 두견화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이 병에 걸렸을 때 그의 딸 영랑이 이 술을 빚어 아버지의 병환을 낫게 했다고 한다. 복지겸이 정확히 어떤 병에 결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견주는 기관지염과 천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 시절 영랑이 두견주를 빚을 때 썼던 안샘 우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면천에 남아 있다. 마을 주민은 이를 기려 해마다 진달래 축제를 벌인다.

꽃잎을 이용해 술 빚을 때 독성 있는지 주의

꽃잎을 사용해 술을 빚을 때 주의할 점은 독성 여부를 살펴보는 일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철쭉과 혼동하면 큰일 난다. 철쭉은 먹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개꽃이다. 술을 빚을 때 진달래꽃은 꽃술을 떼어낸 후 잘 말려서 사용한다. 꽃술을 떼는 이유는 술이 다 익었을 때 꽃술이 술 위로 떠올라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잎을 넣어 빚는 술로는 아산 연엽주가 있다. 연은 버릴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뿌리에서 꽃과 열매까지 죄다 쓰임새가 있다. 연엽주를 빚을 때 연잎은 통째로 넣거나 잘게 썰어 넣어 술덧과 함께 발효시킨다.

 잎을 이용해 술을 빚을 때는 송순주처럼 새 순만을 가려 따서 빚기도 하지만 대체로 식물이 가장 성숙해진 여름에 채취한다. 반면 뿌리는 잎이 말라 떨어진 뒤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 늦가을에 캐서 사용한다. 잎은 바짝 말렸다가 쓰는데, 이는 말리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면 수분량이 많아져서 술이 오염될 수 있어서다. 연엽주 역시 연잎을 한여름에 채취해 바짝 말리거나 냉동 저장해 두고 사용한다.

 당진 신평양조장의 백련막걸리는 양조장 대표인 김용세씨가 연잎차를 즐겨 마시다가, 막걸리 속에 연잎을 넣게 되었다고 한다. 연잎은 향과 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연잎이 술맛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술맛을 두툼하게 만든다.

 신탄진주조에서는 꾸지뽕나무 잎을 넣어 막걸리를 빚고 있다. 꾸지뽕나무 또한 버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잎과 줄기와 열매를 약재로 두루 사용한다. 꾸지뽕나무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두충껍질, 감초, 맥문동 등 듬뿍 담은 구기주

 구기주 장인 임영순씨의 모습.

구기주에는 구기자 열매와 뿌리·잎뿐 아니라 두충껍질·감초·감국·맥문동이 들어간다. 열매가 들어간 술로는 청양 구기주가 있다. 구기자주라고도 부른다. 굳이 구기주라고 하는 것은 열매인 구기자뿐 아니라 뿌리와 잎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구기자는 푹 달인 뒤에 식혔다가 술 빚는 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약재는 독성도 함께 있기에 그 양을 조절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구기자는 예외다. 아무리 많이 달여 먹어도 독성이 없다. 구기자는 신선의 지팡이라 해 선인장 혹은 땅의 신선이라 하여 지선(地仙)이라고 부른다. 구기주를 장복하면 300년을 산다고 한다.

 임영순씨는 술을 잘 마시는 시어머니와 남편을 위해 구기주를 빚다가 지방문화재가 되고 명인이 됐다. 지금도 집안에서 하던 대로 약재를 듬뿍 넣어 술을 빚는다. 구기주 속에는 구기자뿐 아니라 두충 껍질과 감초·감국·맥문동이 들어간다.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약을 마신다는 생각으로 옆에 두고 조금씩 마셔야 할 한국을 대표하는 약술이다.


수삼 넣어 고두밥과 발표시킨 금산 인삼주

뿌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충남의 술로 금산 인삼주가 있다. 일반적으로 민가에서는 인삼에다 알코올을 부어 침출주로 즐기는데, 금산 인삼주는 발효 과정에 수삼을 갈아 넣어 고두밥과 함께 발효시킨다. 이 때문에 금산인삼주는 알코올의 톡 쏘는 자극취가 없고, 알코올과 잘 어우러진 인삼향이 은은하게 돌고 술 맛도 부드럽다.

 인삼처럼 뿌리째 먹을 수 있는 것은 갈아서 넣을 수 있지만 목질이 단단하고 질긴 것은 높은 도수의 알코올에 침출시켜 약효를 우려내야 한다. 칡뿌리·뽕나무뿌리·죽순 따위로 침출주를 빚을 때는 흙을 잘 털어내고 물로 씻었다가 말린 뒤에 알코올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뿌리는 술을 다 마시도록 담아 두는 게 아니다. 3개월이나 6개월쯤 지나면 건져내고 맑은 상태로 숙성시킨다. 약재를 오래 넣어 두면 술이 흐려지고 향도 복잡해진다.  

글·사진=허시명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우리 술 교육 훈련기관 ‘막걸리 학교’ 교장, 『막걸리, 넌 누구냐?』 『술의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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