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어(詩語) 모음 ( II ) - 김용호 엮음
詩語 모음 6
* 길은 어디에도 있고 그러나 어느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
길 / 강은교
* 사람아 이제야 거렁뱅이 영혼을 포식케 하는 그대 사랑의 단비 내린다.
단비 / 신달자
* 삶이란 어차피 기대와 아쉬움과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이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삶 / 김용호
* 한 생애 걷는 것밖에는 믿을 것이 없었던 고독한 피의 내림
그것은 잠 들 수 없는 자의 눈물이었다.
보이지 않는 제 얼굴을 찾아 들쥐처럼 헤매던 광야의 밤
캄캄한 젊음의 갱도는 늘 비어 있었고
단명의 겨울 5 / 홍윤숙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보이는 이 없이 시공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정념의 기 / 김남조
* 아직도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없어요
좀더 험난하게 좀더 높은 곳으로 우리가 도달 할 때까지 외롭게 걸어가는 마음이여 큰 물살로 흐를 때까지 / 김윤희
* 저마다 다른 곳의 바람에 살갗이 터 숨쉬는 우리
원무 / 황인숙
*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사랑합니다 / 김남조
* 그대가 진정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다만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줘요.
그녀의 얼굴의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날 사랑한다고는 제발 말하지 말아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e브라우닝
詩語 모음 7
*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꽃/신달자
* 살아감은 가장 슬픈 전설 사랑은 더욱 외로운 수수께끼
사랑 할 때에는 / 이정란
* 너도 나처럼 너의 마음의 상자가 비었을 때는 상상의 공간 어디쯤에 날고 있을 사살의 새를 기다리겠지?
만날 수 없기에 / 김용호
* 가장 진실 된 나무 하나 자라고 있는 섬에 나는 돌아와 있다.
섬 / 신달자
* 웃으며 참으면 꽃이 된단다. 웃으며 부서지면 꽃이 된단다.
해당화 / 추영수
*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 / 안도현
* 조바심도 말며 이쪽에 있어야 저쪽이 보이듯 멀어 있으면 종내 못 잊는 우리가 되자.
사랑굿 36 / 김초혜
* 형극의 모래 먼지 눈멀게 할지라도 추운 몸 뜨겁게 달구어 화안 웃음 담고 그렇게 옵니다.
사랑은 장난이 아니기 위하여 / 김영재
* 지금 내 마음은 불입니다. 불이어서 타는 두려움을 모릅니다.
잡지 못하는 이 불길이 두렵습니다.
불길/김용택
*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홀로 서기1 / 서정윤
詩語 모음 8
* 빈방을 지키는 자물쇠의 아픔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 구순희
* 하나만 사랑하고 모두 버리셔요.
편지 / 문정희
* 저마다 가슴 안에 감추어 둔 뜨거운 속말을 스스로 녹은 인어를 흘리며 사람들은 깊은 잠 들었다.
눈 오지 않는 나라 / 노향림
*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 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온라인 / 이복희
*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 있는 우리
원무 / 황인숙
*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 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 일뿐입니다.
멀리 있기에 / 유안진
*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이란 공간을 나는 사랑의 새를 이 기말 동안만은 자유를 주는 우리가 되자
만날 수 없기에 / 김용호
*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비의 사랑 / 문정희
詩語 모음 9
* 바람이 분다 메뚜기 방아깨비 얼려 노니는 들녘 저녁 노을 화려한데
흰머리 흔들어 저 멀리 사라져 간 기억도 없는 바람이 있었어라.
가을바람 / 오세철
*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며
삽살개는 달을 지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 오직 한 여인 앞에 산처럼 남고 싶다.
눈물 연가 / 나혁채
* 살아가는 과정이 단 한 장뿐인 답안지를 채워야 하는 시험의 과정임을 알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 선미숙
*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 밤 나와 함께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보고 싶다.
파초 / 이육사
* 목숨걸면 무엇이나 아름답듯이 목숨 받친 네 사랑 앞에서 무슨 논리인들 살아 남으랴
서울사랑 / 고정희
* 웬일인지 모르지만 한적한 뜰을 보면 나는 들어가 서성이고 싶어라
도둑일기 / 황인숙
* 그대 마음 안자락에 내 사랑 한 갈피 심어 놓고 새 아침 열리는 나팔을 불어요.
나팔꽃 / 추영수
* 뼈 속을 지르는 겨울 바람 타고 깊은 어둠을 헤치며 얼음보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다
겨울 비 / 허종일
詩語 모음 10
* 그대가 어디서 뭘 하든 그대의 잘못을 떠맡고
나의 짜임새 있는 삶으로 그대에게 관용을 베풀고
그대의 육체적인 노고와 정신적인 노고를 떠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실행 할 수 있는 말들을 편지로 쓰고 싶습니다.
편지 / 김용호
*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 쓰러진다.
꽃과 언어 / 문덕수
* 갈꽃 향기 선율로 피어 있다가 보내지 않아도 또 그렇게 따라 간다.
들풀로 풀꽃으로
가을 / 허종일
* 너 흘러 세상의 꼭대기에 닿거든 구만리 폭포수로 희게 돌아오거라
사랑을 위한 향두가 / 고정희
* 지금 떠나야 지체 말고 떠나야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또 하나의 출발을 한다.
또 하나의 출발 / 신동춘
*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훔뿍 적셔도 좋으련
청포도 / 이육사
* 우리의 타관은 아직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약속 없이 가고 또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지나가는 타관의 거리였다.
타관의 햇살 / 홍윤숙
男女 詩人이 주고 받은 詩 '치마' vs '팬티' (0) | 2012.05.13 |
---|---|
산속에서 (0) | 2012.05.12 |
그대는 봄인가요 -오광수 / 봄이 오면 나는... -이해인 (0) | 2012.05.03 |
상춘(賞春) (0) | 2012.04.20 |
수선화에게 (0) | 2012.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