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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돌아오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2. 5. 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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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 돌아오면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 신석정 시인(1907-1974. -1939 작품)


 



아름다운 시어(詩語) 모음 ( II ) - 김용호 엮음


詩語 모음 6


* 길은 어디에도 있고 그러나 어느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
길 / 강은교

* 사람아 이제야 거렁뱅이 영혼을 포식케 하는 그대 사랑의 단비 내린다.
단비 / 신달자

* 삶이란 어차피 기대와 아쉬움과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이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삶 / 김용호

* 한 생애 걷는 것밖에는 믿을 것이 없었던 고독한 피의 내림
그것은 잠 들 수 없는 자의 눈물이었다.
보이지 않는 제 얼굴을 찾아 들쥐처럼 헤매던 광야의 밤
캄캄한 젊음의 갱도는 늘 비어 있었고
단명의 겨울 5 / 홍윤숙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보이는 이 없이 시공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정념의 기 / 김남조

* 아직도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없어요
좀더 험난하게 좀더 높은 곳으로 우리가 도달 할 때까지 외롭게 걸어가는 마음이여 큰 물살로 흐를 때까지 / 김윤희

* 저마다 다른 곳의 바람에 살갗이 터 숨쉬는 우리
원무 / 황인숙

*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사랑합니다 / 김남조

* 그대가 진정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다만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줘요.
그녀의 얼굴의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날 사랑한다고는 제발 말하지 말아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e브라우닝


詩語 모음 7

*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꽃/신달자

* 살아감은 가장 슬픈 전설 사랑은 더욱 외로운 수수께끼
사랑 할 때에는 / 이정란

* 너도 나처럼 너의 마음의 상자가 비었을 때는 상상의 공간 어디쯤에 날고 있을 사살의 새를 기다리겠지?
만날 수 없기에 / 김용호

* 가장 진실 된 나무 하나 자라고 있는 섬에 나는 돌아와 있다.
섬 / 신달자

* 웃으며 참으면 꽃이 된단다. 웃으며 부서지면 꽃이 된단다.
해당화 / 추영수

*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 / 안도현

* 조바심도 말며 이쪽에 있어야 저쪽이 보이듯 멀어 있으면 종내 못 잊는 우리가 되자.
사랑굿 36 / 김초혜

* 형극의 모래 먼지 눈멀게 할지라도 추운 몸 뜨겁게 달구어 화안 웃음 담고 그렇게 옵니다.
사랑은 장난이 아니기 위하여 / 김영재

* 지금 내 마음은 불입니다. 불이어서 타는 두려움을 모릅니다.
잡지 못하는 이 불길이 두렵습니다.
불길/김용택

*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홀로 서기1 / 서정윤


詩語 모음 8

* 빈방을 지키는 자물쇠의 아픔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 구순희

* 하나만 사랑하고 모두 버리셔요.
편지 / 문정희

* 저마다 가슴 안에 감추어 둔 뜨거운 속말을 스스로 녹은 인어를 흘리며 사람들은 깊은 잠 들었다.
눈 오지 않는 나라 / 노향림

*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통장으로 입금 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온라인 / 이복희

*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 있는 우리
원무 / 황인숙

*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 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 일뿐입니다.
멀리 있기에 / 유안진

*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이란 공간을 나는 사랑의 새를 이 기말 동안만은 자유를 주는 우리가 되자
만날 수 없기에 / 김용호

*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비의 사랑 / 문정희


詩語 모음 9

* 바람이 분다 메뚜기 방아깨비 얼려 노니는 들녘 저녁 노을 화려한데
흰머리 흔들어 저 멀리 사라져 간 기억도 없는 바람이 있었어라.
가을바람 / 오세철

*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며
삽살개는 달을 지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 오직 한 여인 앞에 산처럼 남고 싶다.
눈물 연가 / 나혁채

* 살아가는 과정이 단 한 장뿐인 답안지를 채워야 하는 시험의 과정임을 알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 선미숙

*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 밤 나와 함께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보고 싶다.
파초 / 이육사

* 목숨걸면 무엇이나 아름답듯이 목숨 받친 네 사랑 앞에서 무슨 논리인들 살아 남으랴
서울사랑 / 고정희

* 웬일인지 모르지만 한적한 뜰을 보면 나는 들어가 서성이고 싶어라
도둑일기 / 황인숙

* 그대 마음 안자락에 내 사랑 한 갈피 심어 놓고 새 아침 열리는 나팔을 불어요.
나팔꽃 / 추영수

* 뼈 속을 지르는 겨울 바람 타고 깊은 어둠을 헤치며 얼음보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다
겨울 비 / 허종일


詩語 모음 10

* 그대가 어디서 뭘 하든 그대의 잘못을 떠맡고
나의 짜임새 있는 삶으로 그대에게 관용을 베풀고
그대의 육체적인 노고와 정신적인 노고를 떠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실행 할 수 있는 말들을 편지로 쓰고 싶습니다.
편지 / 김용호

*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 쓰러진다.
꽃과 언어 / 문덕수

* 갈꽃 향기 선율로 피어 있다가 보내지 않아도 또 그렇게 따라 간다.
들풀로 풀꽃으로
가을 / 허종일

* 너 흘러 세상의 꼭대기에 닿거든 구만리 폭포수로 희게 돌아오거라
사랑을 위한 향두가 / 고정희

* 지금 떠나야 지체 말고 떠나야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또 하나의 출발을 한다.
또 하나의 출발 / 신동춘

*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훔뿍 적셔도 좋으련
청포도 / 이육사

* 우리의 타관은 아직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약속 없이 가고 또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지나가는 타관의 거리였다.
타관의 햇살 / 홍윤숙




하이든 / 현악 4중주 제5번 D장조 "종달새"

음악듣기: hanmail-아래 표시하기 / naver-재생하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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