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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봄인가요 -오광수 / 봄이 오면 나는... -이해인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2. 5. 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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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봄인가요? ]
그대!
봄인가요?
그대는
갈 곳 없는 낙엽들을 보듬어서
연녹색 옷으로 지어 입히며
하늘 사랑을 가르치는
남풍입니다.
그대는 
파란 하늘을 떠다니며
종다리를 불러내어
보리밭 이랑 사이 사이에서
사랑을 속삭이게 하는
아지랑이입니다.
노란 개나리가 
숨어있질 못하고
삐죽 삐죽 길거리에 나옴은
그대의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며
돌 틈에 쭈그리고 있던 개울물이
소리치며 흐르는 것도
그대의 노래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하얗게 눈 덮힌 곳에서는
가끔 찬바람이 매섭고
응달은 잡은 손을 놓지않습니다.
마음이 조급한 아이에게
기다림을 가르치는 그대는
조용히 조용히
걸어오는 봄인가요?
시  ;  오광수





봄이 오면 나는...이렇게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이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 글: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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