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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12. 3. 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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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윤달

 

 

음력 한 달은 29.53일, 1년은 354.37일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양력보다 1년에 약 11일이 적다. 달이 지구를 12번 돌았다면 11일쯤 더 지나야 1년이 된다는 이야기다. 3년이면 음력의 날짜는 태양의 움직임과 한 달쯤 차이가 나면서 계절과 맞아들어가지 않는다. 음력에서 3년에 한 번꼴로 윤달을 넣는 이유다. 더 정확히 따지자면 19년에 7번이다.

태양력이라고 오차가 없는 건 아니다. 4년에 한 번 윤년을 둔 율리우스력도, 여기에 400년 동안 세 번의 윤년을 평년으로 하는 그레고리력도 완전하지 않다. 1년 길이가 태양년(太陽年)으로는 365.242일, 항성년(恒星年)으로는 365.256일이다. 이 또한 중력의 영향으로 조금씩 느려진다. 달과 해의 움직임을 인간의 기준으로 재려는 데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오차다.

음력 3월 다음에 윤달이 들어있으면 윤삼월, 4월 다음에 있으면 윤사월이 된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산자기 외딴 집 눈 먼 처녀’가 등장하는 박목월의 시는 윤사월을 노래한 작품이다. 올해에는 윤삼월이 들어 있다. 양력으로는 4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다. 윤달은 덤으로 생겼다는 뜻에서 덤달, 여벌달, 공달, 군달로도 불린다. 덤으로 있는 달이기에 부정을 타지 않고 탈이 없는 달로 여겨져 왔다. 조선 후기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도 ‘윤달엔 간섭하는 기운이 없어 혼인하기에 좋고 수의(壽衣)를 만들기에도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윤달에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생겼다. 수의를 짓거나 이장(移葬)을 권하는 건 과거와 마찬가지지만 유독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추세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결혼 성수기로 꼽히는 4~5월 예약건수가 뚝 떨어졌단다. 손님을 채우기 위해 예식장 사용료나 식사비, 메이크업 비용을 깎아주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탤런트 전지현씨가 결혼일을 4월13일로 당겨잡은 것도 영화 ‘베를린’의 촬영 일정과 함께 윤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반면 분묘개장(改葬) 유골의 화장 예약과 수의 맞춤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윤달 주말과 공휴일엔 화장장을 잡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란다.

풍습은 바뀌게 마련이지만 뚜렷한 근거나 명분 없이 괜한 금기를 만들어 퍼뜨리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잖아도 야당 지도층이 한·미 FTA,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에서 눈도 깜빡 안하며 말바꾸기를 하고 있는 터에 사람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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