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이름 짓기의 어려움
이름이 갖는 힘과 역할을 잘 표현한 사람이 김춘수이다. 그의 시 '꽃'이 그렇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몸짓'에 지나지 않지만, 불렀을 때는 '꽃'이 되는 것이다. 몸짓과 꽃의 차이는 이름에 달려 있다는 말 아닌가. 작명가(作名家)의 역할을 잘 표현해준 시 같기도 하다. 이름은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는 결국 영혼을 불어넣고, 영혼이 있어야 서로 대화가 된다.
사람의 이름을 짓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꿈에 단서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고려의 정몽주(鄭夢周) 이름은 부모의 꿈에 주공(周公)이 보였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창시자인 이제마(李濟馬)는 꿈에 제주도의 말이 들어왔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이런 꿈은 태몽(胎夢)에 해당한다. 영혼이 4차원에서 3차원으로 넘어올 때 한 장면 보여주는 꿈이라 하겠다. 태몽도 세분해 보면 부정모혈(父精母血:아버지의 정액과 어머니의 피)이 결합하여 어머니 자궁에 입태(入胎)될 때 꾸는 꿈이 있고, 뱃속에서 나오는 출태(出胎) 무렵에 꾸는 꿈이 있다. 어떤 사람은 태몽을 두 번 꾸는 경우도 있고, 한 번 꾸는 경우도 있다.
둘째는 정체성이나 가치지향이 담긴 이름이다. 예를 들면 '박바로가', '정빛나리' 같은 한글 이름이다. '바로가', '빛나리' 같은 지향이 담겨 있다. '현명한 재상'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이현재(李賢宰)는 이름대로 6공 시절에 총리를 지내기도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름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셋째는 태어난 사주팔자를 보고 짓는 경우이다. 팔자에 불(火)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이름에 불 화(火)가 들어간 이름을 짓는 방식이다. 영(榮)도 그렇지만, 하(夏)도 해당된다. 하(夏)는 더운 여름이기 때문이다. 만약 물이 부족하면 물 수(水)나 삼 수(�G) 변이 들어간 글자를 택하기도 한다. 우(雨), 강(江), 영(泳)자가 그렇다. 마지막으로 발음도 고려해야 한다. '궁, 상, 각, 치, 우' 가운데 어디쯤 해당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이름 짓기 까다롭다. 이번에 보니까 당명(黨名) 짓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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