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 시-이해인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치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송년 기도 / 친구에게-이해인
올 한해도 친구가 제 곁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잘 있지? 별일 없지? 평범하지만 진심 어린 안부를 물어오는 오래된 친구
그의 웃음과 눈물 속에 늘 함께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
그의 우정은 기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음악입니다
친구의 건강을 지켜 주십시오 친구의 가족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송년기도 / 나라를 생각하며-이해인
내가 태어나 숨을 쉬는 땅 겨레와 가족이 있는 땅 부르면 정답게 어머니로 대답하는 나의 나라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마냥 설레고 기쁘지 않은가요
말 없는 겨울산을 보며 우리도 고요해지기로 해요 봄을 감추고 흐르는 강을 보며 기다림의 따뜻함을 배우기로 해요
좀처럼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고 습관처럼 나무라기만 한 죄를 산과 강이 내게 묻고 있네요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며 고백하렵니다 나라가 있어 진정 고마운 마음 하루에 한 번씩 새롭히겠다고 부끄럽지 않게 사랑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