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청계천의 燈 축제
지구촌 3대 축제(祝祭)로 브라질 리우의 삼바카니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일본 삿포로의 눈꽃축제를 꼽는 사람이 많다. 삼바카니발에서 구릿빛 8등신 미녀가 초대형 퍼레이드 행렬에서 정열적인 춤을 추는 장면은 코파카바나 해변의 파도 소리와 함께 젊음을 설레게 하는 감미로운 유혹이다. 멜빵 달린 가죽바지를 입은 남성과 레이스로 멋을 낸 치마를 입은 여성이 운집한 뮌헨 광장에서 ‘프로스트’(‘건배’를 뜻하는 독일어)라고 외치며 마시는 맥주도 일품이다. 매년 2월 삿포로의 설국(雪國)에서는 얼음과 눈의 향연이 펼쳐진다.
▷12월 초 미국 백악관 앞뜰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도 워싱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대통령 부인이 직접 낙점한 올해의 소나무는 미국의 대표나무로 성탄절의 주인공이 된다. 1등이 되지는 못했지만 50개 주에서 모은 다른 나무들도 백악관 앞뜰에 전시돼 이듬해 1월까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매년 1월 말 윈터카니발을 여는 캐나다 퀘벡은 도시 전체가 대형 테마파크로 변한다. 퀘벡은 밤에는 빛의 도시, 낯에는 순백의 도시가 된다.
▷요즘 청계천에는 밤마다 형형색색의 등(燈)이 켜진다. 20일까지 청계천 모전교∼관수교 1.3km 구간에서 서울 등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3년째인 이 행사는 지난해 200만 명이 찾았고 올해는 300만 명을 넘길 기세다. 2008년 2월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 모형 등을 만날 수 있다. 어렸을 적 동화책에서 읽었던 해님달님, 혹부리 영감도 눈에 들어온다. 무동을 탄 아이들은 뽀로로, 배트맨, 슈퍼맨, 로봇태권V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우리의 전통 등인 초롱은 고려 때 궁중의 연회나 국왕의 거둥 시에 주로 사용하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일반인의 혼례 때도 사용됐다. 한지를 통해 퍼지는 불빛과 청계천의 물소리는 은은한 정취를 만들어낸다. 중국 상하이의 ‘예원등’, 필리핀 산페르난도 축제의 ‘자이언트 랜턴’, 일본의 ‘고쇼가와라 다치네푸타’ 등 각국의 ‘명물 등’도 구경할 수 있다. 등 축제가 관광객을 끌어모으면서 이 일대 찻집과 식당가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서울시는 등 축제를 서울의 대표축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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