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나의 버킷리스트 투어
여행의 끝은 늘 집이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역설과 상통한다. 돌아올 거면서 굳이 떠나는 여행. 게다가 고되기까지 한 여행을 우린 왜 떠나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행복’해져서다. 우린 잘 안다. ‘집 떠나면 고생’임을. 그런데 행복이라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사실이다. 여행길은 늘 힘들지만 돌아온 일상 중엔 또다시 여행을 꿈꾸지 않는가. 이런 모순 때문일까. 좀처럼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왜 여행을 하면 행복해지는 건지다.
그 답은 ‘배움(Learning)’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들은 1930년대 말 특별한 연구에 착수했다. 재학생 268명을 일생토록 추적하는 전향적 연구였다. 그중엔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있었다. 목표는 하나. ‘행복한 삶에도 공식이 존재할까’다. 연구는 72년이나 지속됐다. 그 중간보고서가 40여 년 전 제출됐다. 조지 베일런트 박사는 행복의 조건 7가지를 내놨다. ‘배움’도 그중 하나다. 그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병원에 가는 것보다 배우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하라고. 여행이 배움의 연속이란 걸 안다면 당신은 진정한 여행자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게 있다. 죽기 전 해보고 싶은 걸 적은 목록이다. ‘버킷’엔 ‘죽음’이 담긴다. 중세 영국에서 목매 자살할 때 올라섰던 디딤대가 버킷이어서다. ‘Kick the bucket’은 지금도 ‘자살하다’라는 관용구로 쓰인다. 할리우드 스타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이 두 노장이 출연한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한 병실 두 환우의 좌충우돌 ‘생애 마지막 여행’이 소재다. 그런데 롭 라이너 감독이 강조한 건 ‘행복’이다.
한 사람(억만장자인 잭 니컬슨)이 말한다. ‘인생은 모자이크’라고. 모자이크란 허다한 조각으로 구성되지만 정작 낱개 하나는 의미가 없다. 어울려야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갖는다. 삶의 막바지에 선 노인 눈에 비로소 보이는 일생. 듬성듬성 빠진 조각으로 대체 뭔지 알 수 없는 허접스러운 모자이크였다. 빈칸을 제 조각으로 채우지 않는 한 쓰레기에 불과할 터. 인생 행복이란 완벽한 모자이크다.
애초 그들의 여행은 즉흥적이었다. 죽기 전 벌어둔 돈이나 실컷 써보자는 것이었으니. 인생은 여행과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이 여행이라고 다를까. 생애 마지막 여행은 ‘즐기기’가 아니라 ‘위대한 자각’으로 치닫는다. 행로가 변경된 건 물론이고 방향도 수정됐다. 빈칸의 제 조각 찾기다. 비로소 그들은 깨닫는다. 그거야말로 죽기 전 꼭 해야 할 것임을. 그 조각이란 화해와 용서, 사랑과 우정, 내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이었다.
영화 속 버킷리스트 투어는 ‘배움’으로 일관된다. 여행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는 진정한 가르침을 보여준다. 그걸 통해 우린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여행이 곧 행복’임을. 오늘부터 주말섹션 Weekend3.0(금요일 발행)에 ‘버킷리스트 투어’가 연재된다. 일생에 한 번 꼭 가볼 만한 곳을 골라 소개하는 지면이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듯 버킷리스트는 목적지가 아니라 그 과정에 방점이 놓인다. 여행이 배움이고 배움이 곧 행복임을 알고 떠난다면 인생이란 모자이크가 그 여행을 통해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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