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라진 야생의 슬픔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11. 15. 18:33

본문

20100829-61.jpg

 

 

사라진 야생의 슬픔

 

                                      - 박노해(1957∼ ) -



산들은 고독했다

백두대간은 쓸쓸했다

제 품에서 힘차게 뛰놀던

흰 여우 대륙사슴 반달곰 야생 늑대들은 사라지고

쩌렁 쩡 가슴 울리던 호랑이도 사라지고

아이 울음소리 끊긴 마을처럼

산들은 참을 수 없는 적막감에

조용히 안으로 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들은 알아야만 했다

사라진 것은 야생 동물만이 아니었음을

이 땅에서 사라진 야생 동물들과 함께

야생의 정신도 큰 울음도 사라져버렸음을

허리가 동강 난 나라의 사람들은

다시 제 몸을 동강 내고 있다는 걸

산들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조용히 안으로 울고 있었다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정(道程)  (0) 2010.11.17
가을날  (0) 2010.11.16
내 마음 언제나  (0) 2010.11.11
미시령 노을  (0) 2010.11.10
고목을 보며  (0) 2010.11.0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