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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막걸리의 조건은?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0. 5. 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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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막걸리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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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이 맛있게 발효되고 있다. 1차 발효과정, 여기에다 물을 부어 걸러내면 막걸리가 된다.

 

70년대 후반에 '통일쌀'이 남아돌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막걸리 온도를 8도까지 올렸다. 하지만 그리 호평을 받지 못했다.

막걸리는 6도일 때 가장 뛰어난 맛이 난다. 6도에 못 미치면 맛도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도 빨리 온다.

6도가 넘어가면 머리가 아프고 속에서 받친 듯 거부감이 든다.

예전에는 술이 잘 나가다 보니 5.5도까지도 내려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반대가 되었다.

술이 변하는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온도가 높았을 때와 도수가 약했을 때이다.

 

지금은 술이 안 나가다 보니 빨리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주조장이든지 6.5도 내지, 7도를 넘기기도 한다고 한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물 반 컵 정도 섞는 것도 막걸리가 더 맛있어지는 방법일 수 있겠다.)

쌀 막걸리가 맛있을까, 밀가루 막걸리가 더 맛있을까? 답은 쌀 반, 밀가루 반 들어간 막걸리가 맛있다.

예전 막걸리는 누룩막걸리라 할 정도로 누룩이 많이 들어갔다. 누룩의 원료는 밀이다.

 

자연적으로 쌀과 밀가루의 비율이 엇비슷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요즘의 쌀 막걸리는 누룩의 함량이 떨어지고, 밀가루 막걸리는 쌀 성분이 없기 때문에 예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좋은 막걸리는 쓴맛, 단맛, 시원한 맛, 신맛, 감칠맛 등 7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이 중에 신맛과 단맛은 상생의 원리다.

단맛이 들어가면 신맛도 살려준다. 맛있는 신맛을 위해서는 단맛이 필요하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단맛을 많이 가미한 막걸리가 넘쳐난다.
막걸리가 3∼4일 지났는데도 단맛이 난다면 사카린류가 들어간 것이고, 단맛이 줄어들면 아스팜탄

(국세청에서 허가한 식물성 당분)이 들어갔다고 보면 맞다.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효모가 아스팜탄을 먹기 때문이다.
아스팜탄을 소량 첨가하기는 하지만 싸면서 단맛이 오래 가는 사카린에 대한 유혹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막걸리에 사카린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단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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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러낸 막걸리, 2차 발효를 시킨다.

 

막걸리는 막 걸러내서 막걸리라고 한다.

그래서 쉽게 만들어지는 술 같지만 만들 때마다 맛이 다를 정도로 까다로운 술이다.

 

오랫동안 술을 빚어 왔음에도 열 번 만들면 여덟 번은 맛이 맞고 두 번은 안 맞을 정도라고 하니 쉽지 않은 술임이 틀림없다.
막걸리는 살아 있다. 그래서 진정한 막걸리 맛을 보려면 살균주가 아닌 발효주를 마셔야 한다.

"음식 중에서 변하지 않은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병이 많이 생기는 것 같어. 변하는 음식을 변하기 전에 먹어야 해.

그런데 사람들은 변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 설탕, 조미료, 소주, 이런 것들을 먹으니까…."

생각해 보니 우리 주위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음식들이 참 많기도 하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음식들이 꼭 나쁜 음식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겠지만, 그것들에는 생명이 없다.

생명이 있는 먹을거리에서 어느 샌가 죽어 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우리는 살고 있다.


 

막걸리 쇠퇴의 원인은?

▲ 실비옥에 들러 막걸리를 마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았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역대 대통령 중 막걸리를 가장 애용한

것으로 알려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막걸리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식량부족을 이유로 쌀막걸리를 금지하였고,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가는 술은 쌀로

빚었다) 이는 막걸리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계기가 된다.

가정에서 술을 빚는 것조차 엄격하게

단속하는 바람에 집집마다,

고장마다 내려오던 고유한 술 비법이

사라지기도 한다.

 

술 맛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든 결과를

가져왔고, 그래서 음식 기행이란 말은

있어도 막걸리 기행이란 말은 생소하기만

하다.

 

또 그 당시 주조장에 대한 세무조사는

거의 탄압에 가까울 정도였다고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어. 몇 년 전 거, 쥐 오줌 먹은(묻은) 매출전표까지 계산하면 틀려. 그래서 벌금도 많이 냈어." 김영환 사장의 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민적인 이미지는 농촌에서 농부와 어울려 마시던 막걸리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고, 농촌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영농 기계화가 도입되기 전에는 모내기나 벼 수확은 모두 놉을 얻어서 해야 했다.

 

많게는 20∼30명까지도 얻는데, 이때에 싸고, 양 많고, 배까지 부르게 해 주는

막걸리만큼 좋은 술이 어디 있었겠는가. 필연적으로 막걸리가 많이 소비될 수밖에 없다.

영농 기계화가 도입되면서는 높(일꾼)을 얻어 농사일을 하던 풍경도 점차 사라져가기

시작했고,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되었다.

 

막걸리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러 인원에게는 싼 술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한 사람에게는 대접을 해야 하기에

맥주가 막걸리를 대신하게 된다. 영농기계화는 죽어가는 막걸리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시골 사람이라고 해서 막걸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네 무당을 알아주지 않듯이 지역민들은 더는 막걸리를 찾지 않는다.

 

일은 고되도 먹는 것이라도 멋있게 먹자라는 인식 때문인지 막걸리보다는

맥주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농협 면세점에서 파는 막걸리와 맥주의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것도 이유다.

막걸리 750원, 맥주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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