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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막걸리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0. 5. 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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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막걸리

 

 

"박 시장, 요즘도 산성막걸리 나와요?" "각하, 나오기는 합니다만, 주류 허가를 못 받아 주민들이 밀주로 팔다 보니 숨바꼭질 단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술은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데…. 국세청과 의논해서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보시오!"

1979년 연두순시를 위해 부산시청을 찾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박영수 시장과 산성막걸리를 놓고 대화를 나눴던 장면을 재구성해 보았다. 박 대통령은 부산에서 군수사령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금정산성을 찾아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는 '양조장 지역 제한 규정'에 묶여 있던 산성막걸리를 그해 7월 1일 대통령령(제9444호)으로 민속주 1호로 지정했다. 1년 뒤 국세청 허가가 났다.

산성 막걸리의 역사는 조선 숙종 때인 1709년 무렵 시작됐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금정산성 증축 공사를 했고, 이때 동원된 군졸들과 주민들에게 새참거리로 막걸리가 나가자 산성마을에 누룩을 띄워 술을 빚는 집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산성막걸리는 수제 누룩을 부수어 고두밥과 섞어 빚는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구수하면서도 차지고, 깊은 맛이 난다.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조지훈의 '완화삼')와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박목월의 '나그네') 같은 시구(詩句)에 나오는 '술 익는' 냄새는 누룩이 숙성될 때 나온다.

부산 금정구청이 산성막걸리의 단체표장 등록에 나섰다. 특허청에 단체표장 등록이 되면 품질을 공인받은 만큼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해져 국내외 판로 개척이 쉬워지고, 유사 상표 출현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금정구청은 또 산성막걸리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술의 역사를 입증할 문헌기록을 수집하고 있다. 산성막걸리가 이런 절차를 잘 거쳐 프랑스 와인처럼 세계적인 명품 술로 뻗어가길 기대한다.
장지태 논설위원 jj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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