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려면… 향기보다 눈요기
강의 하류나 연못 같은 담수 속에서 사는 단세포동물인 짚신벌레는 가장 하등한 동물로서 세포분열 방식으로 번식한다. 하지만 짚신벌레는 가끔 유성동물(有性動物)처럼 두 마리가 서로 결합함으로써 유전자 물질을 교환한다.
이때 짚신벌레 두 마리는 수중에서 페로몬 유사물질을 방출해 서로 상대방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동물의 암수를 처음으로 개발한 생물체’라는 영예를 독점하게 된 동물이 다름 아닌 짚신벌레다.
성게나 불가사리 같은 바다 속 무척추 동물의 경우는 대부분 성의 구별은 있어도 그 생식방법이 식물에 가까워 암컷과 수컷이 서로 접촉하는 법이 없다.
단지 성숙되면 암수가 각기 물속에 생식액을 방출하고 그것이 우연히 만나 결합하는 꽃의 수정방식을 모방하는 수준으로 종족을 번식시켜 나간다.
물고기의 경우는 이보다 한 단계 발전한 생식방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암놈이 산란한 알의 위쪽에서 수놈이 정액을 살포하는 체외수정 방법이지만 이 방법 역시 신체적 접촉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날 인간의 남녀가 그러하듯 성기를 서로 결합하는 생식방법은 동물이 바다로부터 육지로 올라온 진화 과정과 연관이 있다. 유성동물에서는 비록 곤충처럼 하등한 종(種)일지라도 암수의 복잡한 접촉이 일어난다. 대기 중에는 수분의 함량이 생식 달성에 턱없이 부족하다. 즉 공기 중에서는 모체로부터 배출된 생식세포가 순식간에 건조·사멸하기 때문에 난자를 가진 암놈의 몸 안에 정자를 안전하게 들여보낼 장치가 필요했고 그래서 형성된 도구가 페니스다.
그 생식기구 사이의 접근을 도모할 목적으로 암수 간에 서로 껴안고 키스하고, 손으로 애무하는 따위의 인간 애정표현과 유사한 행위를 하는 고등동물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결정적 단계까지 이끌어간다는 것이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그것은 암놈과 수놈의 몸에 이성의 짝을 유인하는 특별한 효력의 냄새 발산장치가 형성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면 인간의 경우는 무엇이 이성을 성적 흥분상태로 몰아가는가? 인간의 후각은 현저하게 퇴화한 상태고, 앞으로도 계속 퇴화하게 될 것이 분명한 감각기능이다. 그것은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먹이와 천적의 동태에 관한 모든 정보가 깔려있는 지상으로부터 코가 멀어진 위치로 이동함으로써 생긴 당연한 둔화현상이다.
인간에게서 후각의 퇴행에 대비해 예민해진 감각으로 청각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성을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일련의 포르노 실험에서 밝혀졌다. 즉 초기 포르노 상품으로 섹스 중에 발하는 여성의 신음소리를 녹음한 ‘감창집(甘唱集)’이라는 이름의 오디오 테이프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 그 증거다.
결국 시각을 통한 자극이 아니면 인간에게서 욕정을 건들 수 있는 감각은 시각밖에 없다는 결론이 영상업자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영화 형태로 대중 앞에 상영됨으로써 많은 관객을 모으게 된 것은 상기한 생물학적 이론의 응용에서 비롯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부부 사이에도 가끔 남편을 세미 누드의 모습으로 유인하는 것이 고급화장품 냄새보다 더 관능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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