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내 성생활 몇 년 남았나
“꽤 오래된 막걸리집이 있는데, 그리로 가지. 그곳엔 세월도 느껴지고 분위기에 취하거든.”
근래 필자는 주변 사람들의 모임에 묘한 변화를 직감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밤문화에 ‘끝장 볼 때까지 마시는 거야’ 호기를 부리던 선후배들이 사십대 중반에 다다르면서 생긴 변화다.
게다가 술자리 안주로 빠지지 않는 성담론도 무협소설 같은 연애담에 기고만장 허풍을 떨거나 부러워하던 모습은 식었다. 요즘은 성기능이 옛날 같지 않은데 몇 살까지 성생활이 가능하고 어찌하면 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아주 진솔한 질문과 귀를 쫑긋 필자의 답변을 기다리는 진지한 눈빛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미국에서 성생활의 기대수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논문이 나왔다. 시카고 대학이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30세 남성의 경우 수명은 평균 45년 정도 남아 있는데, 성생활은 대략 35년 정도 더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50년 정도 수명이 더 남았지만 성생활 수명은 남성보다 4년이 짧은 31년 정도 가능했다. 남성은 30세 이후 삶의 78% 기간, 여성은 여생의 61% 정도 기간에 성행위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살지만 실제 성생활의 기대연령은 여성이 더 짧은 것이다.
남녀의 섹스 수명 차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55세의 중년 남성은 평균 15년 정도 더 성생활을 하며,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10년 정도로 나타났다. 또 75세 이후엔 남성의 41%가 성생활을 즐기는 데 반해 여성은 17%로 급격히 쇠퇴한다. 그나마 노년기 성생활에서 여성들은 절반이 성생활에 만족하고 남성들은 3분의 2가 만족하고 있다는 결과는 고무적이다.
해당 논문에서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또 다른 메시지 둘이다. 첫째는 결과를 재분석해 보았더니 부부가 함께 사는 시기에 남녀의 성생활 만족도는 남녀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더라는 것이다. 또 여성은 더 오래 살긴 하지만 남성 배우자와 사별한 후엔 성이 급격히 감퇴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체적으로 큰 질병이 없는 사람이 남녀 모두 두 배 가까이 성생활을 더 할 수 있었다. 건강한 중년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5∼7년 더 성생활을 하며, 여성의 경우 3∼6년이 늘어난다고 한다. 결국 건강을 잃으면 성생활은 5년 정도 짧아진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이 연구결과를 과거 10년 전의 연구결과와 비교했더니 중노년층의 성생활 수명이나 만족도가 상당히 개선된 점도 확인되었다. 기본적으로 의학의 발전이 건강과 평균수명의 연장에 공헌했으며, 특히 성기능 장애를 다스리는 성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도 간단히 막걸리 한잔에 젊을 때보다 일찍 귀가하는 선후배의 뒷모습이 필자의 눈에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건강을 잘 관리하고 부부 사이에 성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래도 뭔가 성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성의학적 접근법은 충분히 있다. 성은 20∼30대의 전유물이 아니며, 중년층 이후에서도 삶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드는 중요한 양념이다. 그것도 배우자와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인도인에게 있어 ‘카마수트라’는… (0) | 2010.05.13 |
---|---|
이탈리아 남성이 정력 세다고? (0) | 2010.05.11 |
섹스는 생존의 몸부림? (0) | 2010.05.09 |
밤을 겁내던 아저씨들, 밤이 신나는 이유는 … (0) | 2010.05.06 |
성생활의 적절한 음향효과 ‘교성’ (0) | 2010.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