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인일수록 유방 위치가 높다?
세밑이 되면 방송 3사가 그해에 제작, 발표한 각 작품에 출연한 탤런트, 가수, 스태프가 참석한 가운데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각 방면 베스트를 선발, 시상한다. 물론 자사에서 제작한 작품과 출연자들이 수상을 독점하는데, 여기서 여우(女優)들의 푹 파인 가슴과 등판이 거의 드러난 드레스 차림의 몸매 구경이 분야별 시상보다 더 인기가 높다.
포유동물이라면 의당 가져야 할 이 여성의 신체부위가 오늘날 가장 강력한 섹스 심벌로 부상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들 인간의 몸에서 왜 여성의 유방만 경이적 변화를 몰고 온 것인가. 이번 기회에 유방의 정체성에 관해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유방은 출산 후 새 생명에게 공급해줄 칼로리 보급을 위해 여체에 형성된 밀크 생산 라인을 총칭하는 말이다.
우리들 인간은 좌우 한 개씩 한 쌍의 유방이 있고, 포유류 가운데는 그 이상의 유방을 가진 경우도 흔하다. 가슴에 단 한 쌍의 유방을 가진 것은 인간과 원숭이, 박쥐, 코끼리뿐이다. 소와 영양, 사슴, 기린 등이 두 쌍의 유방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유방 수가 많은 동물은 14개나 가진 돈공(豚公)이다. 물론 유방의 숫자와 진화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단지 그 동물이 얼마나 다산하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영화제 현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성의 유방은 전시용으로 남자의 눈높이에 매달려 있는 것인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예스’라고 대답한다는 것도 솔직하게 말하면 자신이 없다. 그렇다기보다는 여자가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기에 가장 편리한 위치가 가슴 부위이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되었다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다. 이 대답은 유방이 수유를 위한 신체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답일 가능성이 높다.
소와 말의 경우 서혜부(鼠蹊部·아랫배의 양측과 허벅다리의 사이)에 그것이 매달려 있는 것은 후방에서 다가오는 천적을 발로 걷어찰 수 있다는 편의성에서 보았을 때 그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본래 여성의 유방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뀐 것은 사족보행에서 기립성 생활로 진입하면서 생긴 생리적 변화에 의한 것이다.
이족보행으로 음부의 적색종창이란 피부변화(sex skin) 현상이 효력을 잃자 그 대체 수단으로 사춘기 돌입과 동시에 여성은 가슴이 부풀어 올라서 그것을 본 남성은 섹스를 연상해낼 만큼 지능의 발달이 비약적으로 성취되었다. 미용에 관해 흥미가 많은 독자에게 눈이 번쩍 띄는 이야기인데, 유방이 주는 문화적 차이는 그것이 위치하는 부위의 지배를 받는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있다.
서구에는 오래전 중세 때부터 유방의 위치가 높은 쪽이 아름답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던 터에 독일의 슈트라트라는 학자가 문명인일수록 유방의 위치가 높고, 신분이 높은 여성이 뚜렷한 상유체형(上乳體型)이라는 독특한 체형을 갖는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인 학자도 유럽 여성은 제4늑골, 일본 여성은 제7늑골 위에 유방이 있다고 슈트라트의 주장에 동조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연구는 일본 우파의 국수주의자로부터 과학 사대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상위 늑골에 부착되어 있던 유방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수유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인종과 관계없이 젖을 먹이지 않는 여성의 유방이 높은 곳에 매달린 것은 당연한 현상일 텐데 그 사실이 간과된 조사결과였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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