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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10. 2. 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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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등 춘첩(春帖)은 대표적인 입춘 행사의 하나다. 한자로 써서 대문의 좌우측에 여덟팔자 형태로 붙인다. 입춘첩이나 입춘축(立春祝) 또는 춘첩자(春帖子)라고도 하는데,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豊)’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등 좋은 의미가 담긴 문구가 많다. 입춘첩은 옛날 궁중에서 입춘을 맞아 문신들이 지어올린 연상시(延祥詩) 가운데 좋은 시구를 골라 대궐의 기둥난간에다 내건 것에서 유래한다.

일반적으로 입춘대길이란 말은 조선 중기의 문신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에서 인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은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선조 26년(1593년) 승정원에서 ‘사변(임진왜란)이 안정되지 않아 춘첩자를 지어 바치지 못했으니 입춘대길이라는 넉자를 정성스럽게 써서 행궁(行宮) 안팎에 붙이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임금이 수용함으로써 춘첩자로 나붙게 된 것이다. 이는 조선 왕실에서 입춘대길이란 문구를 춘첩으로 사용한 첫 기록이다. 그 시기 또한 송시열의 생몰 연대보다 100년 이상 앞선다.

‘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은 건양다경은 그 어원이 불분명하다. 두 가지의 유래설이 나돌고 있다. 1896∼1897년에 사용된 고종의 연호 ‘건양(建陽)’ 유래설은, 당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뜻에서 집집마다 건양다경이라고 써붙인 것이 시초라고 본다. 하지만 송시열과 비슷한 시기의 문신 미수 허목(1595~1682)의 글에서 인용했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후자에 무게가 더 실리지만 고증 자료는 더 필요하다.

입춘을 ‘들 입(入)’자가 아닌 ‘설 립(立)’자로 쓰는 것은 ‘立’자에 ‘곧’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입춘은 ‘곧 봄’이라는 뜻.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머지않으리’라고 한 퍼시 B 셸리의 시를 연상케 한다. 봄을 대하는 마음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바야흐로 동풍이 불어 언 땅이 녹고,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입춘절’이 시작됐다. ‘대길(大吉)’과 ‘다경(多慶)’을 크게 쓸 차례다.

[[황성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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