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주당이 됐을까?…알코올의존증은 유전과 환경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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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연일 집중되는 송년회 시즌이다. 마실 땐 화기애애하지만 다음날 술에서 깬 뒤 표현할 수 없는 우울에 빠지고 가족에 대해 죄책감마저 들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음주에 관용적이어서 이 같은 음주 문제를 가벼이 보는 경향이 있다. 음주를 장기간 지속하다 보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닥친다. 안이하게 대처했다간 몸과 마음이 상하기 십상이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음주 문제는 횡적,종적인 경향을 띤다. 즉 술을 친근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의해 음주 문제가 빈발하게 되고,알코올의존(통상 알코올중독:술을 마시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음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의존의 원인을 설명할 때 유전이 먼저냐,환경이 중요하냐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다.
알코올의존 환자의 부인들은 '알코올의존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느냐' 는 질문을 해온다. 아들도 남편과 같은 알코올중독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알코올의존자일 경우 자녀도 똑같이 될 가능성은 일반인에 비해 4~10배 이상 높다. 최근 연구는 알코올의존의 50% 정도는 유전적인 경향에 의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생아,이보다 유전적 동일성이 낮은 이란성 쌍생아,그리고 알코올의존 가정에 입양된 아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도 알코올의존자 부모의 쌍둥이 자녀는 입양아보다,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알코올의존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작년에 발표된 한국인 유전성 연구에서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시키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낮고,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트산(초산)으로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가 높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알코올의존이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9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알코올에 의한 음주의 즐거움은 쉽고 오래 느끼면서 숙취의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빠르게 대사시키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더 자주 과음하게 되고 알코올의존에 빠져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적인 특성도 알코올의존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문제음주(소량이라도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하는 습관성 음주) 행태를 보고 자란 자녀들은 우울,불안증상이 심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청소년기부터 음주 도박 등 의존 관련 행동 경향을 더 높게 나타낸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알코올의존 발생에 남자는 유전적 요인,여자는 환경적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다고 보고했다. 여성은 어렸을 때 스트레스를 받아 정서가 불안하거나, 엄한 체벌과 육체적 · 성적 학대를 받은 경우에 알코올의존 발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알코올의존은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사회적 직업적인 문제가 발생하고,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음주를 계속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알코올의존 단계에 진입하면 뇌에 생물학적 변화가 나타나고 이를 되돌리는 게 쉽지 않다. 알코올중독자는 음주 관련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안의 보상회로(쾌감을 매개하는 신경회로망)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런 성향은 음주 갈망을 일으켜 알코올의존에 빠지게 한다.
한국의 성인남성 직장인 중 4분의 1가량이 문제음주에 속한다. 매일 술을 마시진 않지만 한번 먹었다 하면 끝장을 보고 종종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주당'이라면 알코올 남용에 해당한다. 이 단계보다 악화되면 알코올의존이 된다. 알코올의존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이 중요하다. 청소년은 술을 마셔선 안 되며,성인은 건전음주를 실천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중독정신의학회에서 권고하는 건강한 음주법은 남자 성인의 경우 하루 두 잔 이상을 일주일에 4일을 초과해서,또는 하루 넉 잔 이상을 일주일에 이틀 넘게 마시지 않는 것이다. 여성과 노인은 남성 음주량의 절반까지가 건강 음주이다. 한 번에 소주를 한 병 이상 마시는 것은 폭음에 해당한다. 뭔가에 쫓기고 허전한 연말,술로 스트레스를 풀려 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상습 음주는 뇌와 간을 망가뜨리고 가족들에게 지우지 못할 악영향을 미침을 명심하자.
☞건강한 음주방법
1.적당히 마신다. 한 차례 음주량으로 소주 반 병,양주 3잔,맥주 두 병을 넘지 않는다.
2.천천히 마신다.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할 시간을 벌어야 뇌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3.폭탄주를 피한다. 술을 섞으면 빨리 마시게 되고 알코올 이외의 성분이 뒤섞여 숙취를 심하게 한다. 특히 탄산음료나 이온음료를 타면 알코올 흡수속도가 올라간다.
4.비타민B군과 C를 복용한다. 비타민을 보충하고 알코올 분해속도를 높인다.
5.숙취 해소에는 꿀물이나 과일주스가 좋다. 당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커피는 속을 쓰리게 하고 머리를 아프게 하므로 피한다.
6.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술은 간의 산소요구량을 높이므로 담배까지 피우면 간이 더 힘들고 식도암 후두암 발병률을 높인다.
7.치즈 육포 잣 두부 생선 등 담백한 고단백 음식이나 과일을 안주로 삼는다. 알코올대사 효소 활성도를 높이고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다.
8.술 먹은 다음날 사우나를 피한다. 사우나는 탈수를 촉진하고 알코올 대사를 늦춘다.
- 이상규 교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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