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주의 Biz WINE] 모임에서 와인을 마실때
정갈하게 차려진 식사 테이블에서 ‘스흐흡∼’ 요란한 소리를 내며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공기를 입속에 들이마셔 와인과 접촉시켜야 진정한 와인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가 하면 쉴 새 없이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려대는 사람도 있다. 그만해도 충분하다고 말렸건만 눈치 없이 대꾸한다. “이젠 버릇이 돼서요.” 그럴 때마다 한마디 해주고 싶다. “그건 당신 사정이고요!”
제한된 시간에 많은 와인을 시음해야 할 때 위의 행동들은 필수다. 인위적으로 깨워서라도 와인의 맛과 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사는 와인을 시음하는 자리가 아니라 와인을 즐기는 자리다. 시간적 여유도 많고 와인도 많지 않으니 굳이 와인을 깨울 이유가 없다. 본인은 좋을지 몰라도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거슬리게 한다.
어려울 것 같은 와인 에티켓은 의외로 간단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에티켓의 본질만 잘 따르면 된다. 초대 받은 자리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와인 선택권을 넘겨받았을 때는 메인 와인은 최대 1인 식사 값에 해당하는 와인 정도가 무난하다. 애피타이저 와인 혹은 디저트 와인마저 고르라는 요청이 이어졌을 때는 병당 1인 식사 값의 절반 수준인 와인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 정도면 자리를 마련한 사람의 예산과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질 것이다.
여성이라면 와인을 마시기 전에 냅킨을 이용해 립스틱을 닦아내는 것도 에티켓이다. 립스틱이 와인 맛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잔에 묻은 립스틱 자국은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빵은 음식이나 와인이 바뀔 때 먹으면 다음에 먹는 음식이나 와인 맛을 잘 느끼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식사가 나오기 전 빵으로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자제하는 게 좋다.
“와인 잔을 잡을 때는 와인 볼을 잡지 말고 다리를 잡아라”라는 말은 에티켓이 아니라 조언이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정석대로라면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와인으로 건배할 때는 가슴 높이로 와인 잔을 들고 모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 정서가 어디 그런가. 꼭 잔을 부딪쳐 건배를 한다. 비싼 와인 잔을 깨뜨리지만 않는다면 이것 역시 굳이 정석을 주장할 건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정석대로 와인 잔을 잡고 건배하는 게 좋겠다.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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