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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예찬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09. 11. 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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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자전거 예찬

 

필자가 밥 먹고 하는 일은 세상 구경하러 다니는 일이다. 구경을 하러 다녀야 칼럼이 나온다. 싸움구경이나 불구경보다도 한 차원 높은 구경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구경이요 오만가지 직업구경이다. 직업 중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직업인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와 같은 금융업 종사자들이 사례연구감이다. 외국에 유학 갔다 온, 학벌도 좋고 유복한 집안 출신의 인재들이 이쪽에 많이 몰려 있다. 인재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하는 일은 돈을 다루는 일이다. ‘돈’과 ‘도’는 ‘ㄴ’자 받침 하나 차이이다. 돈이나 도나 모두 쉽게 얻어질 수 없는 신물(神物)이다. 그렇다 보니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심각해지면 병이 걸리는데, 요즘 많이 걸리는 병이 심장병이다. 엔진과열에서 오는 병이다.

엔진과열에 걸린 금융업자들이 선택하는 운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전거 타기이다. 자전거는 엔진이 없다는 게 최대 매력이다. 자전거를 타면 과열된 엔진이 자연스럽게 식는다고 한다. 오로지 육체의 힘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의 묘미는 오르막길이다. 몸을 푼 다음에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심장이 멎는 것 같고, 다리와 팔을 비롯하여 온몸에 힘을 줘야 한다. 땀이 자전거 파이프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집중력이 발생한다. 숨이 턱턱 막힌다. 이때 느끼는 철학은 인생살이가 이렇게 간단치 않다는 원리이다.

숨이 차면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오목가슴 부근에서 쉬던 숨이 아랫배에까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산에서 타면 좋은 공기를 깊게 흡입하는 셈이다. ‘거인일체(車人一體)’의 경지에 진입한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만 관절에 부담은 오지 않는다. 자전거는 수영처럼 관절 부담이 없는 운동이다.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는 좌우의 균형을 잡아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척추의 좌우운동이 된다. 상체를 숙이고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몸이 덜덜 떨리므로 팔과 어깨근육이 풀린다. 아울러 아랫배도 흔들리므로 오장육부에도 자극을 주게 된다.


서서히 복근이 발달된다. 포장도로보다는 비포장이나 산속의 오솔길을 달릴 때 재미가 느껴진다. 타이어가 울퉁불퉁한 흙길과 마찰하면서 전달되어 오는 율동과 촉감이 적당하게 기분을 좋게 한다. 평탄한 인생보다는 울퉁불퉁한 인생이 지나고 보면 재미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시원하면서도 위험한 길은 내리막길이다. 오르막길에서 실컷 땀을 흘리다가 내리막을 만나면 그 끈적거리던 땀이 모두 증발해 버린다. 증발의 쾌감을 내리막에서 만끽한다. 그러나 내리막에서 방심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사고는 대개 내리막길에서 난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남원의 바래봉 옆으로 해서 지리산 도는 코스, 강원도 영월·정선 쪽의 코스, 청송 주왕산 옆으로 해서 옥계계곡을 따라가는 코스가 자전거 타기에 좋다고 한다.

새해에는 자전거와 벗하며 건강하고 싶다. 인생의 깊은 이치를 깨닫고 건강도 얻을 수 있다면 성공한 한 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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