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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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 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 보라/ 저 물이 울며 가는 곳/ 멀고 먼 지름길 따라/ 곤비한 영혼 하나/ 낯설게 떠도는 것을.’ 한국 시단의 중진으로 올해 66세인 홍해리의 시 ‘상사화(相思花)’ 전문이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는 꽃이 없어 서로 만나지 못하면서 간절하게 그리워한다고 해서 그 이름으로 불린다는 상사화를 소재로 삼은 대표적인 시 중의 하나다. 잎이 완전히 진 뒤에 꽃이 피는 상사화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의 생태와 애틋한 사연의 전설을 지녔을 뿐 아니라 자태가 매혹적이기 때문에 완상(玩賞)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 사찰 마당이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석산(石蒜)으로도 불리는 꽃무릇 역시 그렇다. 상사화와 마찬가지로 수선화과에 속하면서 생태 또한 비슷한 꽃무릇은 잎이 없는 상태의 비늘줄기가 30~50㎝ 길이로 곧게 솟아올라 그 끝에 강렬한 인상의 붉은 꽃을 화사하게 피운다. 하지만 상사화와 달리 꽃무릇은 꽃이 먼저 피었다가 지고 난 뒤에 잎이 나기 시작한다. 꽃의 색깔·형태·개화 시기 등도 조금씩 차이 나지만 같은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것은 두 꽃의 생태적·정서적·상징적 공통분모 때문이리라. 요즘이 꽃무릇이 만개하는 시기다. 국내 최대 군락지로 알려진 전남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경내와 주변 산기슭·계곡 등에는 꽃무릇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꽃무릇이나 상사화의 꽃과 잎처럼 서로 간절하게 그리워하면서도 오랜 세월 전혀 만나지 못해온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 행사가 26일부터 10월1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다. 2007년 10월 중단 이래 2년 만인 것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조차 정략화해왔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북한이 천륜(天倫)이나마 되새겨 상봉을 조속히 상시화함으로써 홍 시인의 표현 그대로 ‘곤비한 영혼’에 해당할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맺힌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호 /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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