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들먹이는 수고스러움을 들더라도, 와인이 도대체 뭐기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세상에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알코올 음료가 존재한다. 와인도 그중 하나일 뿐이지 않은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금세 새로운 질문에 부딪히고 만다. 그렇다면 왜 와인은 다른 알코올 음료에 비해 많은 사람에게 호기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가? 대답은 단순하지 않다.
대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와인의 정의부터 한번 살펴보자. ‘와인은 포도를 알코올 발효시킨 음료’다. 참 간단하지 않은가! 문제는 이 간단함 속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하나씩 그 비밀의 문을 열어보자.
우선, 와인은 다른 어떤 알코올 음료보다 구성 성분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물이 80~90%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에틸 알코올과 여러 종류의 산(acids)이 10~20%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극소수로 들어있는 수많은 생물학적 그리고 화학적 물질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도 10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폴리페놀(polyphenols)이 건강(심장병 예방 효과)과 관련해 의학계와 제약회사의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으로, 와인 주조에 사용되는 포도의 종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포도 품종은 자그마치 1만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 와인을 주조하는 데는 300여품종이 사용되고 있다. 300여종에서 한 가지 혹은 여러 가지를 섞어서 와인을 주조하니 가능한 콤비네이션이 만만치 않다. 포도(나무) 품종을 통틀어 세파주(c?page)라 하고, 와인 주조에 사용하는 품종은 따로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 구분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세파주라 하면 양조용 포도를 지칭하며 여기서도 그런 의미로 사용한다.
셋째로, 같은 품종의 포도라 해도 재배지역에 따라 성질과 특성, 즉 당도·산도·향 등이 다 다르다. 재배 지역마다 토질·기후·지형이 모두 독특하고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테루아(terroir)라 한다. 영어에서도 이에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해 그냥 테루아라고 한다. 간단히 정의를 내리면 ‘포도를 재배하는 모든 에코 시스템의 총체’다. 쉽게 말해서 ‘진영 감’, 이런 식이다.
넷째로, 지역마다 와인 생산자마다 주조 방식이 다르다. 발효시키는 온도나 기간에 차이가 있고 숙성시키는 용기나 기간도 다르다.
다섯째로, 와인은 살아 변화하는 생명체이기에 병입 후 보관 상태를 비롯한 여러 조건에 따라 똑같은 와인이라 해도 얼마든지 다른 와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같은 부모로부터 태어난 자식이라 할지라도 환경과 교육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에 열거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와인은 여느 다른 알코올 음료와는 확연히 다른 요소를 여럿 지닌 넥타(포도 음료)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 그 복잡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자연의 너그러움과 인간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와인은 지역적인 특성이 강하다. 그만큼 생산 지역의 문화와 경제생활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뭔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요소를 두루 지닌 신비로운 음료인 것이다. 한마디로 와인은 단순한 알코올 음료 이상의 그 무엇이다.
장 홍 |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 프랑스 고문서학 특수대학원 석사를 거쳐 ‘유럽통합과 독불 여론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년 넘게 알자스에 머물면서 와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키워오고 있다. ‘문화로 본 와인 이야기, 와인과 문화’ 등 다수의 와인 관련 책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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