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는 쪽으로
- 박정만(1946~88) -
해 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
들판에 꽃잎은 시들고.
나마저 없는 저쪽 산마루.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길지 않는 삶 마감하며 남긴 마지막 시. 제목도 제대로 못 달고 서둘러 가 마지막 두 행만 ‘종시(終詩)’란 제목으로 죽음의 호방한 캐치프레이즈처럼 잘 알려진 시. 그러다 눈 밝은 선배 시인이 위같이 서정시 모범으로 복원한 시. 종이 쪽 한 조각 차이로 삶과 죽음 끝까지 연계시키는 건 악착스러운 아집인가. 광활한 우주 속, 나마저 없는 저쪽으로의 깨끗하고 구체적인 소멸, 절명(絶命)의 이 말끔한 절창 앞에서는.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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