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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水따라 빚은 와인` 禪음악 들으며 익어가는데…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1. 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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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水따라 빚은 와인` 禪음악 들으며 익어가는데…

 


오푸르니에 와이너리는 `완전자연`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120년 된 포도나무를 규격에 맞추지 않고 제멋대로 들숲처럼 심어 순수한 청정 자연 포도를 키운다.
4300㎞에 달하는 칠레에서 정작 포도가 재배되는 지역은 노르테치코(Norte Chicoㆍ소북부)를 중심으로 남북 약 400~500㎞에 밀집되어 있다.

이 지역들은 각기 끼고 있는 강 이름을 따라 마이포 계곡, 아콩카구아 계곡 등으로 불리는데 지역마다 서로 다른 기후와 토양으로 독특한 와인의 풍미가 두드러지며 대규모 와이너리는 거의 전 지역에 포도밭을 가지고 있지만 한 곳에 소규모이나 나름대로 특색을 지닌 와이너리 등 천차만별이다.

◆ 산 에스테반(San Esteban)

= 설립된 지 20년 된 새 와이너리로 젊은 2세가 경영하고 있다. 포도원이 수억 년 된 바위, 자갈밭 언덕으로 되어 독특한 테루아가 와인의 특성을 결정한다. 눈 덮인 안데스산맥이 한눈에 보이고 아콩카구아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평야와 구릉지대. 곳곳에 잉카인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문양들로 포도원 자체가 박물관 같다.

`왜 이 귀한 유적을 박물관에 옮겨 보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포도원 자체가 문화유적이자 관광지로 각광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대답이다.

보틀의 엠블럼도 알마비바처럼 잉카인들의 문양을 채택했고 `인 시투`(IN SITUㆍ라틴어로 `현장에서`라는 뜻) 와인은 잉카문화 현장에서 생산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 산타 카롤리나(Santa Carolina)

= 산티아고 도심에 자리한 1870년 설립된 칠레 굴지의 와이너리. 창립자 루이스 페레이라 코타포스와 부인 카롤리나 이니게스(부인의 이름에서 와이너리 명칭이 유래되었다)는 필록세라 창궐 직전 양조기술자를 프랑스에 보내 보르도 품종을 도입해 포도원을 만들고, 에펠탑이 준공되던 1889년 파리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와인 명가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칠레 와인이 처음으로 세계적인 평판을 얻은 것으로 칠레 와인의 종주라는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1973년 칠레 문화재로 지정된 양조장 건물은 프랑스인 에밀 도이레가 설계한 것으로 진흙과 달걀 흰자로 만든 벽돌을 사용한 건물로는 칠레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 125년이 넘는 전통과 현대의 양조기술을 조화해 나가는 클래식 모던 와이너리다.

◆ 산타 리타, 카르멘 (Santa Rita, Carmen)

= 소유주가 같은 이 두 와이너리는 길 하나를 경계로 붙어 있다. 대기업적이며 상업화된 분위기라기보다 아늑하고 목가적이며 아담한 규모로 친근감을 준다.

산타 리타는 120시리즈로, 카르멘은 이름 그대로인 다양한 카르멘 시리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중적인 와인이다.

이들은 칠레에서는 드물게 스크루캡(돌려 따는 마개)을 확대 채용해 가고 있는데 전통을 중요시하는 칠레 와인업계에서 진보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정신이 경쟁력이기도 하다.

◆ 오젤(Odfjell)

독특한 이름에서 보듯 주인은 칠레인이 아니다. 노르웨이인 선주(船主) 단 오젤이 칠레에 여행 왔다가 마이포밸리의 포도원에 반해 만든 와이너리다.

이 포도원은 이미 17세기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으나 오젤이 구입한 이후 10여 년 전부터 와인을 생산한다.

와이너리 건물은 소유주 아들이 설계한 것으로 건물의 60% 이상이 경사진 포도원 언덕을 파내 지하에 매립돼 있는 데다 벽면을 30㎝의 콘크리트로 만들어 실내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으며 거대한 시멘트 발효탱크가 온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 기능을 훌륭히 발휘할 수 있다. 주인이 워낙 말을 좋아해 승마용, 포도농사용 말을 많이 기르고 있으며 상표도 말을 형상화한 `바이킹의 용`이다.

◆ 포르탈 델 알토(Portal del Alto)

= 칠레의 최고 권위 양조학자인 알렉산드로 에르난데스 교수가 1970년대에 만든 포도원과 양조장이다.

조부 때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와인 가문으로 현재는 그의 아들들이 경영하는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포도밭 가운데 아담하게 지어진 `살롱 포스탈 델 알토`는 시음을 위해 특별히 지어진 접객용 건물이며 정원에 과거에 사용하던 포도압착기 등 양조용 기계를 전시해 방문객을 즐겁게 한다.

◆ 오푸르니에(O`Fournier)

= 프랑스계 스페인인 소유주가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200여 ㎞ 떨어진 마울레 강가에 120년 된 포도원과 양조장 폐허를 사들여 시작한 와이너리.

포도재배 철학은 `완전자연`으로 모든 칠레 포도원에 설치된 고무관 급수로가 전혀 없으며 120년 된 포도나무를 자연 재배한다. 규격에 맞춰 심은 것이 아닌 제멋대로 들숲처럼 형성된 포도밭에서 거둔 순수한 청정 자연 포도로 와인을 빚는다.

120년 전에 지어져 허물어진 양조장 폐허 위에 폐허의 골격을 그대로 살린 새로운 양조장 건설을 기획하고 있다. 인공을 배제한 자연의 열매를 그대로 와인으로 빚는다는 철학이다.

칠레의 와이너리는 수없이 많다. 와이너리마다 독특한 방식과 기술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러한 피땀 어린 수고를 몇 줄의 글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송구스러울 만큼 칠레 와인은 품질 향상과 순수함을 내세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현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칠레의 생명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지리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지만 정신적으로는 우리와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가 칠레임을 확인한다.

칠레 와인은 최고의 포도재배 조건을 지닌 토양과 기후, 프랑스와인에 정면 승부하는 기술과 품질로 세계 와인산업의 강자로 군림했고, 한국 시장에서 이미 프랑스를 누르고 수출 제1위 와인대국으로 성장했다.

칠레 와인제조자들의 더 훌륭한 와인을 만들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더욱 착한 가격으로 최고로 맛있는 그들의 와인을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 몬테스(Montes)

=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와인 몬테스 알파를 만드는 와이너리로 아우렐리오 몬테스와 더글라스 머레이가 창업했다. 뛰어난 양조기술자이자 매니저인 머레이가 만들어내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딴 몬테스 알파 M은 칠레 와인 중 최고 아이콘 와인의 하나다.

이 와이너리의 철학은 동양 사상을 중시하고 특히 풍수(風水)를 도입한 것이다. 초현대식으로 설계된 와이너리 건물 앞엔 인공호수와 분수가 있는데 원래는 물이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도록 만들 계획이었으나 풍수에 따라 기(氣)가 안으로 모이도록 물이 건물로 흘러들어 오도록 지어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고급 와인을 숙성하는 8000개의 오크통이 지하실에 중앙무대를 향한 반원형 계단식 객석과 같은 형태로 놓여 있고, 언제나 은은한 선(禪) 음악이 흐른다.

그 이유는 익어가는 와인은 마치 고매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들과 같다 하여 중앙무대의 스승을 향한 학생들의 모습과 같이 배치한 것이다.

테스 알파 M에 이어 카르메네르 품종으로 만든 몬테스 폴리, 시라 품종으로 만든 퍼플 엔젤은 몬테스가 자랑하는 최고의 아이콘 와인들이다.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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