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봄볕을 두드리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8. 5. 4. 23:36

본문





봄볕을 두드리다 - 고명자

 춘삼월 달력처럼 담벼락에 붙어 
팬지나 선인장 등을 파는 남자가 있다 
손바닥만한 화분을 이리저리 옮겨 놓으며 
볕이 잘 드는 쪽으로 생을 옮겨보는 남자가 있다 
흙 한줌에 용케 뿌리를 내리고 
소꿉놀이에 깊이 빠진 어설픈 중년 
빳빳한 새 봄으로 거슬러 주기도하면서 
봄볕 만지작거리다 그냥 가도 뭐라 말하지 않는다 
꽃 따위나 사랑을 하다가 
햇살을 등지고 앉아 깜박 졸던 사이였는지 모른다 
유리창에는 매화를 뜯어 붙이고 
모란 문양을 떠 가난을 땜질하면서 
개다리소반에 김치찌개 한 냄비 소주 반 병 
헐벗은 행복을 훌훌 떠먹다 
난전의 꽃, 
다행이다 그늘 한 뼘은 깔고 앉았다 
등줄기 꼿꼿하던 꿈 
몇 번의 내리막과 커브를 돌다 둥그러진 남자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다는 듯 
국방색 어깨를 담벼락에 척 걸쳐놓고서 
'시와 정신' 2005년 봄호 신인당선작 中에서





봄 날
시: 허영만 / 곡: 김현옥 / 노래: 박흥우(바리톤)
꽃피고 새 우는 봄날이면 
뒷동산에 올라
십리길 장에 가신 어머니
어머닐 어머닐 기다렸지
저 멀리 저수지 뚝길에
어머니, 어머니 보이지 않고
초저녁 물안개만 스믈스믈
스믈스믈 피어올랐지
꽃피고 새 우는 봄날이면 
뒷동산에 올라
십리길 장에 가신 어머니
어머닐 어머닐 기다렸지
저 멀리 십리길 장에 가신
어머니, 어머니 오시지 않고
초저녁 별들만 듬성듬성
듬성듬성 돋고 있었지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위에서의 생각  (0) 2008.05.05
당신을 보내고 난 후에야  (0) 2008.05.05
사람들은 왜 모를까  (0) 2008.05.04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0) 2008.05.04
얼마나 좋을까  (0) 2008.05.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