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을 따며
밤사이 달빛 받아 더 여문 배꽃들이
아버지 손끝에서 산채로 지고 있다
어쩌면 저리 사뿐히 가라앉는 것일까
소싯적에 느이 오빠 둘을 땅세로 냈더란다
까맣게 잊었다가 이눔의 밭에 오면 생각나
하얗게 자지러지는 꽃 울음이 들리거든
필 때에 영근 가을 담아왔을 테지만
날 때에 무병장수 빌어주지 않았것냐
오늘은 내가 하늘처럼 바람세를 받는겨
아버지 지나가면 여남은 꽃잎 중에
하나만 달랑 남아 파르르 떨어도
오늘밤 꽃의 승천이 천지간을 잇겠다
- 유현주 -
230410 부천 까치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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