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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의 턱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20. 2. 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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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의 턱




잠 없는 몽상가들은 얼굴 중앙에서 아래쪽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손을 괴고
오늘밤도 그럴 턱이 있나
주억거리던 생각을 발음하다 턱이 빠질 때쯤
한 턱 낼 일, 터트리지

김수영의 거침없는 기개의 턱은 풀을 일으키고
아고리의 섹시한 턱은 불멸의 그림을
머라이어 캐리의 귀여운 턱은 오만대신 사랑을
빨간 바지 복부인의 주걱턱은 파란 집으로 데려갔던 턱
한 턱 내도 아깝지 않은 턱이지

나의 아래위 턱 긴 곡선을 도려내며
아들 취직했을 때 한 턱
딸 얻었을 때 두 턱, 붉은 포도주를 마시고
브이라인이 되는 동안 귀밑 사각턱부터 옆 턱까지
흘린 피는 가슴에 검은 주름을 만들었지

레드카펫의 문턱에는 몽상가의 삶이 턱을 괴고 사유중이지
버릇과 인상을 턱이 빠져라 하초에 힘을 주고 씹을수록 열리지 않는 궁
꿈꾸는 자의 턱살을 만지려 훗날의 맥을 짚었지
기둥을 세우려 동시교정에 들어간 문리의 턱뼈
턱tuck 잡힌 날렵한 턱시도 언제 입을지

- 오현정, 시 ‘몽상가의 턱’


아들 취직했을 때 한 턱, 딸 얻었을 때 두 턱.
이런 턱이라면, 브이라인이 아니어도 언제든 환영하는 턱입니다.
턱을 괸 몽상의 시간도 있고 한 턱 투 턱 기분 좋은 턱도 있는 날들.
오늘은 어떤 턱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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