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선거를 이기고 역사를 바꾼 레이건의 유머

글모음(writings)/유머와 위트

by 굴재사람 2017. 8. 22. 10:33

본문



선거를 이기고 역사를 바꾼 레이건의 유머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선거참모이자 비서실장이었던 해밀턴 조던이 쓴 '위기'라는 책에는 1980년 10월28일에 있었던 카터(현직)-레이건 후보의 大選(대선) 토론 이야기가 나온다.

레이건은 토론에 대한 전술적 계획은 없는 것 같았지만 여유만만했고, 극단적인 표현을 삼갔다.
조르단은 레이건의 종료 멘트가 토론의 승부, 더 나아가서 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었다고 썼다.

레이건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카메라를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들은 4년 전보다 더 잘 삽니까?
4년 전보다 상점에서 쇼핑하기가 쉬워졌습니까?
4년 전보다 실업률이 줄었습니까?
미국이 예전처럼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우리의 안보가 4년 전보다 더 강화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들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이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선택은 自明(자명)합니다. 만약 여러분들께서 지난 4년간 걸었던 길을 앞으로 4년간 더 걸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여러분들이 다른 선택을 하기를 권합니다."

조던은 동료들과 함께 텔레비전으로 토론을 구경하였는데, 레이건의 클로징 멘트가 끝나자 옆에서 누군가가 "저 사람은 정말 굉장한 배우야"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그 자신도 "좋은 배우지"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선거는 그 순간 끝난 것이다.

이 선거에서 레이건은 이런 농담도 했다.
경제 불황은 내 이웃이 실직자가 되는 것이고,
경제공황은 내가 실직자가 되는 것이며,
경제회복은 지미 카터가 실직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 레이건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불경기의 책임을 前 정권에 돌리는 듯한 말을 했다.
한 기자가 물었다.
"대통령 각하, 각하는 불경기를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잘못이나 의회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지금 각하가 책임질 일은 없습니까?"

레이건은 즉답을 했다.
"제가 책임질 일이 있고 말고요. 저는 오랫동안 민주당원이었거든요."





1984년 대통령 선거에서 큰 쟁점은 74세인 레이건의 나이였다.
17세가 적은 먼데일 민주당 후보와 가진 토론회에서 레이건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나는 이번 선거운동에서 나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밝힙니다. 나는 상대방이 젊고 경험이 부족한 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청중뿐 아니라 먼데일도 파안대소하였다. 敵前(적전) 무장해제된 것이다.
상대 후보를 웃겼으니 이 한 마디로 선거는 끝난 셈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장관들과 회의를 하다가도 잘 존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이 이렇게 先手(선수)를 쳤다.
"나는 국가비상사태 때는 나를 반드시 깨워야 한다는 명령을 내려놓았습니다. 장관 회의중에도 말입니다. 나는 점심 때 코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오후에 늘 깨어 있게 만드니까요."





레이건의 농담은 한 문장인 경우가 많다.
그는 농담을 적은 카드를 갖고 다니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死後(사후) 이 카드를 정리하였는데 몇 상자나 되었다. 그가 외워 둔 한 줄짜리 농담은 2000개나 되었다. 즉석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농담 같아 보였지만 그 뒤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레이건은 이런 농담도 했다.
"정치는 두 번째로 오랜 직업이라고 하는데, 나는 첫 번째로 오래 된 직업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당신이 설명하기 시작하면 진 거야"라는 말도 했다.
정치에선 설명을 해야 할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늘 선수를 치고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요?"라고 물은 데 대하여 레이건은 이렇게 응답하였다.
"대통령이 어떻게 배우가 안 될 수 있나요?"
(-when asked "How could an actor become president?“
-"How can a president not be an actor?")

"오늘 저는 75세가 되었습니다만 잊지 마세요, 그건 섭씨로는 24랍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공산체제를 해체하는 데 중요한 무기로 썼다. 평생 反共(반공)투사의 삶을 살았으므로 공산주의의 본질과 약점을 잘 알았다.

그는 '공산주의자는 마르크스와 레닌을 읽은 사람이고, 반공주의자는 마르크스와 레닌을 잘 아는 사람이다"고 했다.

이런 말도 했다.
"소련 헌법은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와 집회의 자유(freedom of gathering)를 보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헌법은 발언 후의 자유(freedom after speech)와 집회 후의 자유(feedom after gathering)를 보장한다."

레이건이 물었다.
"소련 농업의 네 가지 잘못 된 점은 무엇인가?"

레이건이 自答(자답)했다.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





고르바초프 시절의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상점 앞에 물 건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섰는데 하루가 다 지나도록 줄이 짧아지지 않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신경질이 난 한 사람이 "이건 모두 고르바초프 때문이야. 죽이고야 말겠어"라고 소리치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24시간 뒤 그는 다시 줄로 돌아왔다.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한 사람이 물었다.
"고르바초프를 죽였습니까?"

시민이 대답했다.
"못 했습니다. 그쪽 줄은 두 배나 더 길더라고요."

이 농담은 고르바초프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한 것을 레이건 대통령이 퍼뜨렸다고 한다.





레이건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이런 이야기도 만들어 들려주었다.
<소련에선 자동차를 사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돈은 10년 먼저 先拂(선불)해야 한다. 예약을 하는 절차가 무지무지하게 복잡했다. 한 청년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절차를 밟아갔다. 드디어 마지막 관청에서 결재 도장을 받았다.

도장을 찍어준 관리는 차값을 받고는 말했다. "10년 뒤에 와서 차를 찾아가시오." 이 청년이 물었다. "오전입니까, 오후입니까?". 관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10년 뒤인데 오전이면 어떻고 오후면 어때요?" 청년이 대답했다. "그게 아니고요. 10년 뒤 그날에 배관공이 오전에 오기로 되어 있거든요.">





레이건은 링컨과 함께 최고의 농담가이다.
유머를 정치적으로 활용, 인기를 유지하였고, 그 인기를 動力(동력)으로 삼아 역사를 바꾸었다.

영국의 저술가 폴 존슨은 레이건의 비결이 겸손함과 솔직함에 있었다고 했다.
“아타 투르크는 누구지?”, “스리랑카는 어디 있지?”라고 물을 수 있는 이였다.

정치인에겐 자신의 약점을 농담 소재로 하는 것이 禁物(금물)인데, 레이건은 개의치 않았다. 그의 농담은 웃기는 것 이상이었다. “깊은 진실이 스며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폴 존슨은 지적한다.

레이건은 “나는 赤字(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너무 커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한다”고 했다.
듣고 있던 경제학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1
1981년 3월, 레이건이 저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을 때의 일이다.
간호사들이 지혈하기 위해 레이건의 몸을 만졌다.
레이건은 아픈 와중에도 간호사들에게 이렇게 농담을 했다.
"우리 낸시에게 허락을 받았나?"

얼마 후, 부인 낸시 여사가 나타나자 이렇게 말해서 그녀를 웃겼다.
"여보, 미안하오. 총알이 날아왔을 때 영화에서처럼 납작 엎드리는 걸 깜빡 잊었어."


# 2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유명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무대로 올라가던 낸시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고 말았다.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빨개진 아내를 보고 레이건이 큰소리로 말했다.

"여보, 분위기가 무지 썰렁해서 박수나 웃음이 필요할 때 넘어지기로 하지 않았소?"
그 순간, 많은 사람이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3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멕시코를 방문하여 연설한 적이 있다.
연설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청중은 시큰둥한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그는 조금 창피스러웠다. 다음 연사는 스페인어로 연설을 했는데 말끝마다 박수를 받았다. 레이건은 더욱 창피하여 그런 기미를 감추기 위하여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미국 대사가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주지사님, 저 같으면 박수를 치지 않겠습니다. 지금 저 사람은 지사님의 연설을 통역하고 있거든요."





# 4
1966년 11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었을 때 기자들이 주지사직을 어떻게 수행할 생각이냐고 묻자, "모르겠군요. 주지사역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라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경험의 일천함을 솔직히 시인하면서 자신이 영화배우 였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낸 것이다.


# 5
레이건 대통령이 세제 개혁을 추진할 때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정치인이 팁 오닐 하원 의장이었다.
레이건은 오닐 의장에게, "팁, 나는 천국행 티켓이 있는데 당신은 있소? 만약 없다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티켓을 버리고 당신을 따라 지옥으로 가겠소"라고 말했다.

그가 정치적 숙적이었음에도 레이건은 유머를 통해 신뢰를 보여주었다.


# 6
"제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비밀을 밝히겠습니다.
사실 저는 아홉 가지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억력이 매우 좋다는 것입니다. 탁월한 기억력. 그리고 두 번째는... 에...그러니까 그게 뭐더라? ...음, 음...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 7
존 힝클리의 흉탄을 맞고 병원 수술대에 누웠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수술 執刀醫(집도의)들에게
"여러분은 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분들이지요?"라고 묻자,

한 의사가 "오늘은 우리 모두가 공화당 지지자들입니다."
긴장된 수술실 분위기가 해소되었다.





* 우리에게는 이런 멋과 여유가 있는 정치인 어디 없나요?
이런 정치판은 안 되나요?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