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꽃과 인간의 찬란하고 경이로운 역사!
우리는
선물로, 그리고 기쁨을 나누고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꽃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향신료로 첨가하기도 하고, 미묘한
향기들을 결합해 값비싼 향수를 만들기도 하며, 씨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을 직물의 소재로 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꽃은 오래 전부터 화가,
작가, 사진가, 과학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오늘날에도 책, 그림, 조각, 광고 등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꽃을
읽다』는 꽃들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왔으며, 인류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 역사를 추적하는 책이다. 우선 꽃의
식물학적인 분석에서 시작해, 야생의 꽃들이 어떻게 재배되면서 판매까지 되었는지 살펴본 후, 식품과 향수로서의 역할은 물론 인류의 문화사에서 꽃이
어떤 영감을 주었고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훑는다. 그야말로 꽃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에게 향기로운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 스티븐 부크먼
소개
저자 스티븐 부크먼Stephen Buchmann은 어린 시절부터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애리조나 대학의 곤충학, 생태학, 진화 생물학 외래교수이자
연구원으로 벌의 식물 수분활동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UA 환경협회(UA Institute of the Environment)의 회원이며
애리조나-소노라 사막 박물관(Arizona-Sonora Desert Museum) 연구원이기도 하다.
150편 이 넘는 논문을
썼으며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자주 인용된다. 대표작인 《The Forgotten
Pollinators》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선정 우수도서(Los Angeles Times Book Prize)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이 외에
《The Bee Tree》, 《Honey Bees: Letters from the Hive, A History of Bees and Honey》
등의 책을 썼다.
목차
1부 식물에게 처음부터 꽃이 있었을까-꽃의 생식과 기원
1
다채로운 세계로의 초대
2 식물과 꽃의 탄생
3 꽃과 천생연분인 수분매개동물
2부 인간을 유혹하는 꽃들-재배,
육종, 판매
4 야생에서 가정으로
5 영원을 상징하는 꽃들의 활약
6 가장 인기있는 꽃과 죄 많은 잡종
7
점보제트기로 여행하는 꽃들
3부 사람들이 꽃을 먹는 이유-식품, 맛, 향기
8 최초의 천연감미료
9 꽃향기로
넘쳐나는 세상
4부 황금색 수선화를 보았네-문학, 미술, 신화 속의 꽃
10 꽃들의 은밀한 언어
11 지면 위의 꽃
12 미술에서 맞이한 꽃의 르네상스
5부 꽃들에게 희망을, 우리에게 미소를!-과학과 의료에 이용되는 꽃
13 꽃의
미학
14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것이 꽃의 전부는
아니다
누구도 미처 알지 못했던 꽃과 인간의 역사, 그 찬란하고 경이로운 여정!
▼
꽃이 걸어온 길
우리는 해마다 봄이 되면 향기로운 꽃축제로 발길을 향하고 생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화사한 꽃다발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자신도 모르게 꽃들의 아름다움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거나,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왜 우리는
꽃에 매혹당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막상 우리가 꽃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는 장미나 튤립, 백합 등 몇 종류의 이름이 전부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적어도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왔으며, 인류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그토록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인류는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꽃을 이용해왔다.
인류의 조상 유인원은 잡식성이어서 꽃과 열매를 먹었다. 우리의 단것에 대한 기호는 바로 꽃과 열매를 먹던 조상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흙 파는
연장이 발견된 이후에는 원예가 이루어졌고, 곡물을 가꾸기 쉽게 줄지어 심기 시작하면서 정원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그 향과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화훼재배가 발전하면서 꽃을 단순히 관상용으로 즐기는 것은 물론, 기쁨을 나누고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꽃을 주고받기도 했으며 때로는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향신료로 첨가하기도 했다. 때때로 꽃은 치유와 건강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 사원의
승려들은 값비싼 사프란 섬유질을 쓴맛이 나는 위장약으로 사용하거나 습포제로 붙였다. 클레오파트라는 미용을 위해 목욕물에 사프란을 넣기도 하고
남자들과의 쾌락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먹기도 했다. 중국의 여성들은 암과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 남부의 중추절 기간에 국화와 달콤한
목서의 꽃을 녹차 잎과 섞어 마셨다.
뿐만 아니라 미묘한 향기들을 결합해 값비싼 향수를 만들기도 했고, 씨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은
직물의 소재로 쓰기도 했다. 나아가 꽃은 오래 전부터 화가, 작가, 사진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책, 그림, 조각,
광고 등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꽃은 밝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더불어 우리의
과거를 대변하기도 한다. 저자는 만약 꽃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주장한다.
▼
꽃의 은밀한 역사 속으로
어린 시절부터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던 곤충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꽃에 대해, 특히
인간사에서 꽃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선사시대 이래로 모든 대륙과 문화권을 막론하고 인류가
꽃에 매혹된 이유와, 상상 가능한 온갖 목적과 기쁨을 위해 꽃을 이용해온 역사를 추적하는 책을 소개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이 책은 우선 꽃의 식물학적인 분석, 즉 꽃의 생물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식방법과 기원, 진화과정을 훑어보는 것에서
시작해, 야생의 꽃들이 어떻게 재배되면서 우리의 정원으로, 화원으로 들어와 판매까지 되었는지 살펴본 후, 식품과 향수로서의 역할은 물론 문학과
미술, 신화 등을 비롯한 인류의 문화사에서 꽃이 어떤 영감을 주었고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찬찬히 훑어본다. 그야말로 꽃에 대한 모든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꽃의 은밀한 역사를 추적하며 독자들에게 향기로운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 꽃과
인간의 동반자적 관계
인간과 정원의 꽃은 상상 이상으로 가깝고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속씨식물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요 농작물로 재배되는 수백 종의 식물들은 전 세계 7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병을 치유하며, 정원의 꽃이나 그 외 여러 꽃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 기꺼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사기를 북돋우며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여기며 인간이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꽃들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 널리 퍼지고 제대로 번식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의존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속씨식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를 지배한다고 믿고 있다. 과연
누가 누구를 지배해온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꽃을 보살핌으로써 그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고, 먹거리를
제공하고,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며 두 개체는 동반자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꽃과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에게 필요하며 또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사막화 등 여러 환경적 위기로 멸종해가는 꽃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꽃이 우리를 치유한다면 우리 또한 꽃을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 속으로
이종교배를
위해 꽃은 잠재적인 수분매개동물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꽃은―어쩌면 그 자체가 전부이기도 하다―본질적으로는 해당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정자를 퍼뜨려 난자와 수정시키기 위해서는 성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꽃은 자연선택 덕분에 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광고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살아
있는 광고판인 꽃잎은 다양한 형태나 크기, 색깔을 드러내고, 향기는 그들의 번식을 가능케 해줄 자들에게 소중한 것을 전한다. 질감 또한 크게
한몫한다. 매혹시키려는 동물들의 취향에 맞춰 광택이 나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표면이 매끄럽기도 하고 꺼칠꺼칠하기도 하다.
-14쪽
여러 해에 걸쳐 최초의 꽃을 보여주는 화석이라는 후보들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꽃이 아닌 것으로 재분류되었고, 후기
지질시대에 속하는 것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현재 최초의 꽃이라는 지위에 가장 걸맞다고 여겨지는 것은 1998년 지린대학교의 쑨거와
플로리다대학교의 데이비드 딜처에 의해 밝혀진 아르카이프룩투스 시넨시스Archaefructus sinensis이다. 이 화석은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의 이셴호수 바닥에서 발견되었다. 백악기 전기로부터 유래하는 이 꽃의 학명은 ‘중국에서 출토된 고대 과일’이라는 뜻이다.
-56쪽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나타난 세계 최초의 문명에 의해 농사가 시작되자 이들 문화권에는 여유를
부리고 더욱 창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시간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매력적인 꽃이 피는 식물이 먼저 농작물(아마, 병아리콩, 편두, 살갈퀴)로
재배되었다. 하지만 가장 초기의 중요한 곡물은 들에서 자라는 식물들(에머밀, 외알밀, 보리)로서 모두 보잘것없는 작은 풍매화였다. 그들은 이
곡물을 가꾸거나 보살피기 수월하도록 줄지어 심었다. 이것이 최초의 직선형 정원이나 테두리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118쪽
그리스 여성에게 꽃은 생애의 가장 중요한 의식을 통해 따라다녔다. 처녀들은 결혼식 때 야생화 가운데 흰 꽃이 피는 것으로 화관을
만들어 썼는데, 계절에 따라 보통 사프란, 스노플레이크white snowflake, Leucojum, 때죽나무white storax,
Styrax, 갈란투스snowdrop, Galanthus 등으로 조합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순백색 부케는 그리스인들의 화관과 화환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결혼부케 중에는 떠돌아다니는 질투심 많은 혼령을 쫓기 위해(!) 마늘이나 톡 쏘는 맛의 약초까지
들어있었다.
-154쪽
가시로 뒤덮인 한 관목이나 덩굴의 꽃봉오리는 예부터 샐러드나 요리의 풍미를 더하는 데 사용돼왔다.
바로 지중해 연안과 그 동쪽이 원산인 케이퍼Capparis spinosa로서, 양념이나 소금에 절이면 벌어지지 않는 꽃봉오리 때문에 인기가
높다. 케이퍼베리는 케이퍼 열매를 피클로 만든 것이다. 적어도 3,000년 전 로마인에 의해 야생의 조상으로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케이퍼는
어디서나 미식가의 애호를 받는 조미료다. 흰색과 자주색의 관모양으로 피는 꽃도 아름답지만 대부분 피어나지 않은 채 미식가의 제물이 된다.
-228쪽
다른 고대 왕국들도 향수 이야기에 많은 것을 보탰지만 파라오가 지배한 이집트야말로 향수에 관한 한 대표적인
문명이었다. 이집트인들은 철제 또는 청동제 증류솥이 발명되기 이전의 문화권으로서는 향수제조에 유달리 창의적이었다. 육상과 해상의 향수교역로는
이집트로 향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개인의 미모, 장신구, 향수 등을 강조했던 최초의 인간들로서 세련되고 사치스러웠으며 도를 넘어선 생활을
했다. 향수교역로는 크레타와 키프로스 등 미케네 문명 나라들에서 이집트로 이어졌다. 이집트인들은 백합, 아이리스, 장미, 푸른수련 등의 천연향을
개발했다. 그리고 향기가 많은 연고를 머리에 바르거나 다른 화장품(세계 최초의 아이라이너 등)으로 사용했다.
-260쪽
꽃의 상징적인 언어에 대한 글이나 소책자, 책 등은 나폴레옹 전쟁이(1803~1815) 끝날 무렵 프랑스의 파리와 그 밖의 도시에
처음 나타났다. 문학에는 1844년 샤를 루이 몰방이 쓴 연애시 같은 꽃에 관한 시가 있었다. 그는 꽃이 훌륭한 심부름꾼으로, 수줍음 많은
숙녀들이 친구 또는 연인과의 은밀한 의사소통에 사용함으로써 꼬치꼬치 캐묻는 부모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81쪽
오늘날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튤립이 그 당시는 엄청나게 비쌌다. 당시 유명한 화가에게 꽃정물화를 의뢰하는 것이
화분용 튤립 한 송이를 소유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었다. 그들은 꽃그림은 가질 수 없는 소유물인 비싸고 진기한 생화의 아름다움과 진수를
영원히 간직하게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이 회화들의 제작연대를 보면 아시아와 북아메리카의 장식적인 품종들이 북유럽의 원예에 도입된 시대를 알 수
있다. 힐리스 판 코닌크슬로 2세(1544~1607)가 그렸다는 그림의 꽃병에는 멕시코의 마리골드가 가득 차 있는 반면, 헨드릭 데
프로만티아우(1633~1694)의 그림에는 멕시코산 마리골드와 함께 열대산 시계꽃이 꽂혀 있다.
-329쪽
이러한 성향은
부분적으로는 유전에 의한 것이다. 두 사람은 자연의 구체적인 환경, 그리고 동물보다는 식물에 주의를 기울였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나 자연애라는
개념은 자연이 인간의 진화사에서 우리의 생존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자연공간이나 그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자연애적인 친밀감도 약해지거나 상실될 수 있다. 자연애적 경향은 아마도 우리의 문화적 진화도 이루어지게 했을 것이다. 자연애 가설 속에는 꽃도
포함되는데, 우리가 꽃을 사랑하는 것은 학습에 의한 것도 있지만 일부 조상으로부터 유전되었을 것이다.
-387쪽
미디어
서평
[책의 향기] 인류를 향기롭게 한 꽃의 세계
마음을 위로하고 사랑을
전달하는 꽃
기원 ,재배, 의미 등 꽃의 모든 것 담아
“병원에서 나오는데
봄꽃이 활짝 피었더라고요. 진짜 화사하게요. 갑자기 너무 속상해서 그만 주저앉고 싶데요….”
쓰러진 남편을 입원시킨 여인은 멍한
눈으로 말했다. 굳세게 버텨 왔는데…. 꽃은 그런 거다. 우리 곁에서 축복과 위안을 주는 동시에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에 고통을 너무도 또렷하게
대비시키는 존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곤충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야말로 꽃의 모든 것을 담고자
애썼다. 꽃의 기원을 다룬 초반부에 겉씨식물, 속씨식물, 씨방, 수분 등이 등장한다. 학창 시절 생물 수업의 기억을,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끄집어내듯 되살린다.
생물학적 지식을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을 지나면
비로소 꽃과 관련된 역사, 문화, 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 중에도 편지를 써서 정원사에게 단풍나무, 월계수, 사시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원에서 농작물과 곡류로 실험을 거듭했고, 토머스 제퍼슨의 채소밭에는 호박, 양배추가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꽃과
벌은 뗄 수 없는 사이. 꿀벌을 길러 아침마다 구운 토스트에 걸쭉한 꿀을 발라 먹는 저자는 칸쿤, 메리다 등이 있는 멕시코 남부 지역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맛 좋은(본인 기준이다) 꿀 ‘수난카브’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문학, 미술 작품에 등장한 꽃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햄릿’에서는 자살한 오필리아의 무덤에 제비꽃이 피어나길 축원한다. 당시엔 좋은 사람의 무덤엔 제비꽃이 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화훼산업도 비켜가지 않았다. 매년 항공기나 트럭을 통해
운반되는 꽃은 150억 송이에 달한다. 미국인이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선물하는 꽃은 대부분 콜롬비아, 에콰도르, 코스타리카에서 재배된다. 꽃은
향수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에스티로더의 향수 ‘뷰티풀’에는 꽃을 포함해 무려 700여 개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의외의 사실도
적잖다. 성행위 체위를 다룬 인도의 책 ‘카마수트라’에는 화관 만드는 법, 꽃으로 침상을 장식하는 법도 나온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용의자는 사건 현장 지역에만 있는 웜우드(쑥의 일종)의 꽃가루가 옷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결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강력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하는 꽃가루는 잘 부패되지 않아 수백만 년 전의 암석에서도 채취된다.
낯설고 새로운 이름의 꽃들과 생물학적인 구조, 수많은 지역과 곤충의 역할 등
방대한 지식을 꼼꼼하게 읽어내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꽃을 전방위로 추적해온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삶 속에 꽃이 이토록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나 싶어 새삼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보라색 라벤더
꽃이 펼쳐진 들판으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 레드록 라벤더 농장, 연분홍색 로즈드메가 가득한 그리스 근교의 장미 재배지를 묘사한 대목을 보노라면
그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들은 원서에도 흑백으로 처리돼 실제 색감이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원제는 ‘The Reason for Flowers’.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입력 2016-05-07 03:00:00 수정 2016-05-07 0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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