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이병승(1966∼ )
어제는 하루 종일
까닭 없이 죽고 싶었다
까닭 없이 세상이 지겨웠고
까닭 없이 오그라들었다
긴 잠을 자고 깬 오늘은
까닭 없이 살고 싶어졌다
아무라도 안아주고 싶은
부드럽게 차오르는 마음
죽겠다고 제초제를 먹고
제 손으로 구급차를 부른 형,
지금은 싱싱한 야채 트럭 몰고
전국을 떠돌고
남편 미워 못 살겠다던 누이는
영국까지 날아가
애 크는 재미로 산다며
가족사진을 보내오고
늙으면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도
고기반찬 없으면 삐지는 할머니
살고자 하는 것들은 대체로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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