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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쌀밥과 잡곡밥

라이프(life)/당뇨와 고혈압

by 굴재사람 2015. 8. 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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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흰 쌀밥과 잡곡밥

  •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였던 허갑범 연세대 내과 명예교수는 당뇨병 대가다. 수천명 단골 환자 가운데 정치인·사업가도 많다. 그중에 간혹 허 교수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당뇨가 몰라보게 좋아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감옥에 갔다온 이들이다. 날마다 콩 섞인 밥을 먹고 금주했으니 혈당 관리가 잘됐다. 교도소가 국립 헬스센터인 셈이다. 허 교수도 매일 '콩밥'을 먹는다.

▶음식에는 '당(糖) 지수'가 있다. 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당 농도를 높이는가를 표시한 수치다. 높을수록 혈당을 빨리 올려 이를 분해하는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된다. 과다한 인슐린은 다시 저혈당을 일으킨다. 금방 허기를 느껴 간식을 먹거나 식사 간격이 짧아진다. 살이 찔 수밖에 없다. 흰 쌀밥과 빵·국수·감자는 당 지수가 높다. 콩·잡곡·현미는 낮다. 씹을 때 거칠고 단맛이 적을수록 당 지수가 낮다.

[만물상] 흰 쌀밥과 잡곡밥

 

 

▶요즘 식당에 가면 백미밥과 잡곡밥 중에 골라 먹으라고 하는 곳이 종종 있다. 그만큼 현미밥·흑미밥·콩밥을 많이 찾는다는 얘기다. 엊그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식품 소비 행태 조사'에서 열 가구 중 넷이 잡곡밥을 주식으로 꼽았다. 흰밥보다 10%포인트가량 많았다. 현미·찹쌀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보리·수수·조를 섞는 '잡곡파'가 갈수록 늘고 단순 탄수화물 '흰쌀류'는 준다. '이밥에 고깃국'은 벌써 옛말이다.

▶'밥이 힘'이라는 농경사회 믿음 덕에 한국인은 전체 섭취 칼로리에서 쌀에서 얻는 탄수화물 비율이 70%나 된다. 55%가 적당하고 나머지는 지방 20%, 단백질 25%쯤이면 좋다. 쓰고 남은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축적되니 고봉밥은 그 모양처럼 복부 비만을 부른다. 잡곡밥은 칼로리가 낮고 당 지수도 낮아 저(低)탄수화물 다이어트 효과를 낸다. 포만감이 늦게 오니 양을 조절할 필요는 있다.

▶여름만 되면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응급실에 실려온다. 과일이 몸에 좋다며 칼륨 성분이 많은 수박이나 참외를 많이 먹은 탓이다. 정상인은 괜찮지만 콩팥병 환자가 칼륨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심장박동이 느려져 실신할 수 있다. 두부도 하루 반 모면 적당한데 식물성 단백질 두부가 좋다는 말에 두세 모씩 먹다 탈이 난다. 많은 이가 아직도 몸에 좋은 뭔가를 먹어 건강을 해결하려 한다. 지금은 되려 많이 먹어서 문제다. 오죽했으면 한의사협회가 복날에 삼계탕 그만 먹자는 발표문을 냈을까. 뭐든 지나치지 않은 게 좋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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