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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대하여

글모음(writings)/짧은 글

by 굴재사람 2014. 12. 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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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대하여



궁지에 몰릴 때 이 연장의 뿌리부터 舌舌舌 오그라들고
세상 살맛 잃을 때 이 연장 바닥이 까끌까끌해지고
병에서 회복될 때 가장 먼저 이 끝으로 신호가 오는
예민한 이 연장,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사마천은 이것 함부로 놀려서 궁형의 치욕을
한비자는 민첩하게 사용 못한 죄로 사약 받고 죽었다는데
잘못 사용하면 남이 아니라 내게 먼저
화근이 되는
가장 비싸면서 가장 싼
천년만년 녹슬지 않는
붉은 근육질의 저!

- 김나영, 시 '연장론' 중에서 -


세치밖에 안되지만,
이처럼 거대한 힘을 가진 것이 있을까요.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하니 마음 놓고 쓸 수도 없는 것.
그러나 입을 다물면 그보다 답답한 것도 없고
무뚝뚝하다는 소리나 들으니,
그냥 가둬둘 수도 없는 것.
그래서 마음 놓고 썼더니,
그 설화가 눈덩이가 되어 옵니다.
그래도,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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