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옛날이랑 똑같다." 얼싸안은 채 동시에 쏟아낸 말이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흉보겠다." 조심하면서도 몇 십 년만의 해후는 반가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너는 예전이랑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하실 때 '저 연세에 뭐가 변한 게 없을까.' 재밌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친구들을 만나고보니,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습니다. 겪어봐야 안다는 게 딱 맞습니다.
얼굴은 주름이 지고 체형도 바뀐 게 사실이지만 그때의 그 모습과 똑같다고 하는 것은 특유의 말투며 몸짓, 그리고 은연중 보이는 낯익은 표정 때문일 겁니다. 퍼즐 맞추기 하듯 뒷전으로 밀어 두었던 기억을 짜 맞추는 속에 다시 정이 생기고, 서로 우열을 가릴 필요도 없으니 역시 친구가 좋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