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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2. 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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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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