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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2. 3.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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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

                       - 나 태 주  -


그 나무 어렸을 때를 나는 안다
아니, 나 어렸을 때를 그 나무가 안다

봄이 와 나무에 잎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나도 잎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나무에 꽃이 피어나면
나에게도 꽃이 피어나던 시절이었다

혹, 가을날 오후 같은 때
학교에서 돌아와 집안에 아무도 없어
심심해진 내가 가까이 가면
공손히 허리를 내밀어
무동 태워주곤 하던 나무
더러는 맛있는 과일을
선물해 주기도 하던 나무

지금 그 나무 어디에 있는가?

이제는 가지가 꺾이고 줄기가 삭아서
밑둥만 남아 있는 나무
썩어 뭉개진 나무의 흔적만이 거기
나무가 서 있었음을 말해주는 나무
이름으로만 나무인 나무

그 나무는 나의 어렸을 때를 안다
아니, 나는 그 나무의 어렸을 때를 안다
그 나무 이름은 보리똥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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