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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1. 10. 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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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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