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주기 위해 집 근처 포장마차에 갔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였습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빈 상자를 모아서 근근이 살아가시는 분인 듯, 옆에 세운 수레 안엔 폐지와 종이가 가득 있었습니다.
"아저씨 국물 좀 주시요."
주인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따끈한 어묵 국물과 떡볶이 약간에 순대를 얹은 접시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점심이 진작 지났는데도 할머니는 요기를 아직 못하셨는지 금세 한 접시를 다 비우셨습니다.
할머니가 허름한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보던 주인아저씨가 말했습니다.
"할머니, 돈 아까 주셨어요."
"그런가? 아닌거 같은데...."
상황을 눈치챈 저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저도 봤는데 할머니 아까 돈 내시는거."
할머니는 알쏭달쏭한 얼굴이었지만,
돈을 치뤘다는 증인이 두 명이나 나타나니 믿고 포장마차를 뜨셨습니다.
저와 주인 아저씨는 마주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 새벽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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