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과 시인
어느 화창한 봄날,
한 남자가 뉴욕의 공원에서 부랑자를 만났다.
그 부랑자는 'I am blind 나는 맹인입니다'라고 적힌
푯말을 목에 걸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갈 뿐,
그 누구도 그에게 적선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부랑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부랑자가 목에 걸고 있던
글씨를 바꾸어 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부랑자는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이거, 이상한데?
지금까지는 누구 한 사람도
나에게 돈을 주지 않았는데,
그 남자가 오고 간 다음부터는
갑자기 적선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부랑자의 적선통에는 순식간에 동전이 넘쳐흐르고,
사람들마다 그에게 동정하는 소리를 해 주는 것이었다.
"아까 그 남자가 행운을 주고 간 것일까?
그 남자는 마법사일까?"
사실 남자는 'I am blind'라고 적혀 있는 말을
이렇게 바꿔 놓았던 것이다.
'Spring's coming soon. But I can't see it
(바야흐로 봄은 오고 있으나, 나는 볼 수가 없답니다).'
'그 남자'는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볼튼이라고 한다.
- 차동엽 신부의 <무지개 원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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